사설-갈수록 잘못 되어 가는 우리사회

입력 2001-06-15 00:00:00

최근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희망이 없다"는 자탄의 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증거가 실망이민이라는 새로운 이민 양상이 그것이다.

최근에 나온 통계를 봐도 그렇다. 법무부 산하 형사정책연구원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똑같은 나쁜 일을 해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더 심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91.1%나 되고 "요즘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큰 것 아니냐"에 92.5%가 그렇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 기둥인데도 법이 민주주의를 위한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법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권력과 돈을 가졌으면 무죄를 주는 경향이 많았고(有錢無罪, 有權無罪),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를 가졌으면 또 무죄를 주는 경향이 많았기(有緣無罪) 때문이 아니겠는가. 국민들도 그렇다고 믿고 있다. 그래도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나, '비양심 판결'이라는 소리가 계속 나오게 할 것인가 법조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는 최근 국민경제의식이 IMF때와 비교해서 경쟁의 가치는 그 비중이 내려가고 연고의 가치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공정 경쟁의 풍토가 정착되지 못한다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음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수도 없다. 경쟁은 우리경제를 선진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은 이렇게 후퇴한 것이다.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던 편중인사나 정실인사가 나아지던 우리의 의식을 거꾸로 돌려놓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게다가 좋아지고 있던 노동시장 유연성 관련 개념도 평생고용에서 평생직장으로 후퇴해 버렸다. 경제개혁도 그렇고 교육개혁도 그렇고 의료개혁도 그렇듯이 결과적으로 사회개혁도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회수준은 후퇴한 것이다. 이래서는 정권교체의 의미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정모토도 그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99년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이지만 '법 지키면 손해'풍조가 87%나 되었다. 이번 조사로 미뤄, 확대해석 해 보면 이러한 나쁜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혁을 한다더니 무엇을 개혁했는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개혁만이 이땅을 살고싶은 나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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