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겉도는 농작물 재해보험

입력 2001-06-15 00: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올해 도입된 '농작물 재해보험' 시범 사업 가입 신청이 지난달 19일 마감됐다. 이번 가뭄때문에 특히 관심이 높아진 이 보험의 당초 마감일은 지난 3월1일이었으나 가입률이 낮자 두 차례나 연장한 것. 그러나 가입자 수는 농림부 목표치의 절반을 조금 웃돌았을 뿐이다.

이 재해보험은 농가의 숙원이었고 입법 취지도 좋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어떻게 진행됐나?=태풍.우박.동해로 농사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해 주려는 것이 목적이나, 올해는 사과.배 2개 작목을 대상으로 우선 시범 도입됐다. 대상 지역도 일단은 그 주산지인 안동.영주.상주.괴산.예산.나주 등 일부로 국한됐다.이들 지역에는 가입 해당자가 1만5천 농가, 면적으로는 3만3천317ha 정도 될 것으로 농림부는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 가입은 8천204 농가 5천863ha에 그쳤다. 가입 비율이 각각 54% 및 17.5%에 머문 것. 이에대해 농림부는 "민간 보험상품 경우 첫 출시 때는 가입률이 형편 없지만 이번 재해보험은 농가기준으로 50%를 넘었다"며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한 가입률 달성에도 억지가 있었다는 것이 현장 이야기이다. 실적 채근에 쫓겨 농협 직원들이 억지로 가입시킨 경우가 적잖다는 것. 이들은 친인척들에게 가입을 떠안기다시피 했고, 기피하는 농민을 달래려 과수원 필지를 세분시켜 일부만이라도 가입토록 하는 '머리 수 채우기식 모집'도 많았다는 것.

◇농민들 왜 기피할까=이같이 농민들이 가입을 기피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험료는 비싼데도 보험금은 적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농민들은 말했다. 보험 체계를 살펴 보자.

재해보험 유형은 자기부담금 30%형과 20%형 등 2가지. 여기서 자기부담금이란 피해액 중 일부는 가입자에게 원인이 있다고 인정해 보험금을 줄 때 그만큼 빼겠다는 금액이다. 피해액(수확량 감소)이 보험가입 금액의 90%일 경우, 자기부담금이 30%인 가입자에겐 그만큼 빼고 60%를 한도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농민들은 "실제로는 아무 도움도 안되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경우, 피해율이 30% 정도인 경우라면 보험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피해율이 30%라면 매우 심각한 경우인데도 보험금 한푼 못받을 바에야 뭣하러 많은 보험료 내 가면서 가입하겠느냐고 했다.

보험료는 가입금액 1천만원 짜리(사과 기준) 경우 자기부담금 30%형은 31만5천원, 20%형은 47만3천원. 그 중 50%는 국가가 보조해 농민은 각각 15만7천600원 및 23만6천6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언뜻 봐 보험료가 그다지 비싸지 않은듯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농민들은 주장했다. 웬만한 사과 농가의 평균소득(출하가격 기준)은 3천만원을 넘기 때문에, 3천만원짜리 보험에 들려면 농가 부담금이 47만2천800원(30%형) 혹은 70만9천800원(20%형)에 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작규모가 큰 전업농가는 수백만원 될 수도 있다. 무한 보상 되는 자동차 종합보험 등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사과 과수원을 하는 봉화군 법전면 김인한(55)씨는 또 "보험료를 내야 하는 시기가 각종 농자재 구입기와 맞물려 단 1, 2만원이 아쉬운 시기"라고도 했다. 그렇지만 분납마저 허용 안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가입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농림부 입장과 보완책=농림부 농업정책국 김원일 사무관은 "일본이 1973년에 이 보험을 첫 도입할 때 가입률이 면적 기준으로 13%선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우리는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싼 보험료 적은 보험금'의 문제는 상당 부분 인정,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 뒤 내년에는 사과.배의 보험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또다른 2∼3개 과수 품목을 추가 지정한다는 것.

안동농협 임병직 상무도 "적은 보험료 많은 보험금의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