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학생회장 선거와 교육감 선거

입력 2001-06-14 00:00:00

올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연례 행사이지만, 어린 학생들의 선거가 해를 더할수록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여러 후보가 난립하지 않고 협의를 통하여 출마자를 2, 3명으로 줄인 것이며, 선거 홍보물을 함께 제작하는 모습이라든지, 학생회 운영의 개선점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소견 발표를 통하여 표를 얻어내려는 진지한 자세라든지, 선거가 끝난 후에는 깨끗이 결과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나무랄게 없었다. 학생들의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법을 준수하고 상대 후보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자꾸만 우리 어른들의 일그러진 선거 풍토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작년에 처음 치러진 서울 등 4개 시·도 교육감 선거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 지방 교육을 이끌어 가야 할 교육감 선거가 학연과 지연, 흑색선전과 향응 제공 등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당선된 분이 과연 소신껏 교육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오늘날 학교 교육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한 이민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반증하고 있지 아니한가.

오는 19일은 우리 대구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이다. 부디 이번 선거는 타 시·도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이런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 많은 후보가 난립해 편가르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하며, 사전 불법 선거운동으로 여러 사람이 고발 또는 경고조치 되었다 하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대구 교육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라면 출신학교와 공·사립을 구분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라도 우리 모두는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모자람이 있다면 어린 학생들에게도 배울 일이다.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문종흠(대구중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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