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곡처리장 쌀재고 산더미

입력 2001-06-14 00:00:00

쌀을 처분하라! 곳곳에서 한톨의 벼라도 더 건지려 피를 말리는 가뭄 극복작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는 쌀값이 오르기는커녕 잘 처분되지도 않아 보관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모내기철을 전후해 쌀값이 가장 높이 치솟아 왔던 종전과는 다른 상황. 그때문에 농협 미곡처리장들은 백화점.할인점 등에 서로 거래선을 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다.

한 미곡처리장 직원은 "대형 백화점.할인점에 거래선을 뚫으려 백방으로 뛰어보지만 납품 가격이 갈수록 낮아져 힘들다"면서, "20kg 포대당 4만4천원에 출하해도 마진이 없는데 다른 곳에서 4만2천원에 덤핑 납품하니 겨우 댄 거래선마저 결국 뺏기고 말았다"고 했다.

구미 경우 선산.해평 등 2개 미곡처리장은 지난해 8천270t의 쌀(벼 상태)을 매수해들였으나 아직도 절반이 넘는 4천200t이 재고로 남아 있다. 이때문에 다음달엔 '구미 쌀 먹기 운동'을 벌일 참이다.

농민들 역시 값이 다소 낫다며 정부 매상보다는 개인 출하 쪽을 택해 쌀값이 오르길 기다려 왔지만, 값이 계속 보합세를 유지하자 농자금.학자금 등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박동화(47.구미)씨는 "지난 가을 논 5ha에서 벼 600가마를 생산해 120가마를 매상하고 400여 가마를 재 놨으나 쌀값이 오르지 않아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산지 쌀값은 80kg 가마당 15만3천원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천원이나 내렸다. 쌀값은 보통 5, 6월 들면 가마당 3천~5천원씩 올랐으나 올해는 별 차이가 없다. 또 올 햅쌀이 나는 9~10월까지도 오를 전망은 별로 없는 것으로 전망됐다. 5년간의 풍작으로 재고가 쌓이는 반면 소비는 줄어 쌀값의 계절 진폭이 크게 작아졌기 때문. 더욱이 얼마 안있어 정부가 정부 양곡의 대량 공매까지 계획, 쌀값은 오히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 199개 농협 미곡처리장은 작년에 57만5천t 분량의 쌀을 확보, 지난 3월까지도 25만t 밖에 못팔아 현재까지도 절반 이상, 줄잡아 30만t 정도가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쌀 재고량은 올해 1천만섬을 넘어설 것이라고 농림부 관계자는 전망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상주.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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