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FIFA 들러리

입력 2001-06-13 12:24:00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를 개최한 대구와 수원, 울산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장사 속에 들러리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FIFA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서 대구시 등은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 대회준비를 전적으로 도맡아 하고도 무형의 도시이미지 향상 외에는 아무런실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FIFA 관계자들의 『개최지를 변경하겠다』는 협박과 폭언에 시달리며 「울며 겨자먹기」로 대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컨페드컵 평가회에서 대구시월드컵지원반 이민희 반장은 『식전 행사비와 시설·물품비,수송비 등 개최 비용6억여원을 대구시가 전적으로 책임졌다』며 『왜 대회를 유치했는지 회의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 반장은 『인적 지원 비용은 그렇다치더라도 물적인 비용까지 개최도시가 전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울산, 수원시와 함께 이 문제를 FIFA에 제기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대구시축구협회 김기진 전무는 『협회 이사 17명을 투입, 자원봉사자 10여명과 함께 경기진행을 도왔으나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FIFA 관계자들로부터 손가락질 등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받았지만 대회를 원만하게 준비하기 위해 참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대구시 황만호 총무과장은FIFA가 대구시가 요청한 초청인사 수(1천400명)를 400명으로 축소, 초청인사 선정과 의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FIFA는 대구 경기에서 28억여원의 입장료 수익으로 실속을 챙겼다. 또 VIP석 주변 600여석을 FIFA 관계자들의 자리로 선점해 놓고 정작경기당일에는 이 자리를 텅텅 비게 하는 횡포를 부렸다.

FIFA 경기 감독관들은 대통령 예우 등 한국의 문화와 개최지의 사정을 철저히 외면, 오로지 FIFA식을 강요, 물의를 빚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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