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극단 연인무대가 '돼지사냥'으로 9일 전국연극제에서 대상(대통령상, 9일 15면 보도)을 받은 것은 침체된 지역 연극계의 큰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95년 제 13회 인천 전국연극제에서 대구 지역 각 극단이 연합, 극단 달구벌이 만들어져 연합작품인 '뜨거운 강'으로 대상을 받았지만 이번엔 일개 극단이 매진해 거둔 성과란 점에서 '진정한' 승리란 평가다. 제주도를 여러 차례 오가며 분위기를 조성한 대구연극협회 관계자들도 대상 수상에 일조했다.
지난 4월 예선격인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 제주 전국 연극제에 출품된 돼지사냥(이상우 작)은 굉장히 빠른 패턴의 마치 로큰롤 음악같은 희극인데다 전체 대사가 경상도 말로 이뤄져 예선 당시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희극 작품에 점수를 주는 데 인색한 전국연극제 경향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대적으로 다른 연극보다는 낫다는 점수가 나와 심사위원들이 대상을 주기는 했으되 대사전달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보탰고, 극단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한전기씨는 제주 본선에서 이 부분을 거의 완벽히 보완, 경상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온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게다가 파출소장 역을 맡은 이성민씨의 대사중 "내가 니 시다바리가"하는 대목은 한국영화관객 최대 동원에 성공한 영화 '친구'중 대사와 공교롭게도 겹치면서 관객을 박장대소케 하는 등 희극의 보는 재미를 제대로 만끽케 했다.
한씨는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표현하려한 연출의도를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읽어준 것 같다. 희극이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돼지사냥의 대상 수상은 어떻든 대구 연극도 '하면 된다'는 연쇄 작용을 미치며 사기를 올려주는 큰 계기가 되고 있다.
차제에 연극인들의 의욕을 뒷받쳐 줄 제도적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국연극제에 나서는데 대구시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1천400만원. 두달여 기간동안 연습하고 제주도에 까지 무대세트를 옮겨 설치하고 하는 등의 제반경비 충당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제주 전극연극제와 서울 등지에서 시행중인 '사랑의 티켓제도'의 도입도 거론된다. 제주에서는 7천원의 입장료를 문예진흥기금으로 4천원을 상쇄, 관객들이 부담없이 즐기도록 배려해 연극활성화에 한 몫하고 있었다. 연인무대는 상금 2천만원과 함께 오는 10월 개최되는 서울공연예술제에 초청되는 특전을 받았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