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뭄 극복과 함께 국정쇄신을

입력 2001-06-11 00:00: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3일로 예정된 국정쇄신 기자회견을 무기연기한 것은 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정권은 집권이래 여러차례 실정(失政)을 거듭했지만 정부.여당 어느쪽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성실한 모습을 볼수 없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인사파동을 계기로 여당내에서 일어난 정풍(整風)운동이 국정쇄신의 기폭제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김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을 약속할 때만 해도 초.재선의 소장의원들이 주축이 된 정풍운동을 여당총재인 김 대통령이 받아들여 국정시스템을 뜯어 고치고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인적(人的)쇄신을 함으로써 국정이 쇄신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당(黨) 대표를 포함해서 전면적인 당정쇄신을 약속한 대통령이 느닷없이 가뭄피해 극복에 총력을 쏟는다는 의미에서 기자회견을 연기한다니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앞선다.

물론 가뭄으로 나라안이 고통스러워하는 판국에 정국 현안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가질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정치가 개혁되고 국정운영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 염원 또한 가뭄 극복을 바라는 농심(農心)만큼이나 절실한 중대사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가뭄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으로 국정쇄신에 대한 국민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를 기대케 된다.우리는 기자회견이 연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청와대와 동교동계를 중심으로한 여당 중진의원들이 이번 정풍운동을 필요이상으로 축소시켜 왜곡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정풍파 의원들의 국정쇄신 요구를 몇몇 젊은의원들의 '객기'정도로 받아들이고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이 그것이다. 이들은 당정쇄신이후에 바로 닥칠 수 있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국정쇄신책을 어물쩍 넘기는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고 이것이 쇄신돼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 음모'가 아니라 국민적 공감 사항임을 지적코자 한다. 뿐만 아니라 13일로 예정된 국정쇄신 기자회견은 국민과의 약속인 것이다. 그런 만큼 가뭄 극복과 함께 대통령의 국정쇄신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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