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내년도 예산 요구액이 올해 예산보다 무려 28조원(30%) 늘어난 128조2천414억원으로 집계돼 예산을 더 요구하는 정부 부처와 2003년부터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예산당국간에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5~6%에 맞춰 예산을 짜야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늘어날 가용 재원은 8조~9조원에 불과하므로 20조원 이상을 걸러내야 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보는 국민들의 눈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권 후반기인데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칫 경제적 필요성 보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국가재정이 휘둘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앞으로 예산 계수조정작업이 철저히 진행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는 팽창예산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시중자금 사정이 풍부한 실정이라 추가 살포는 경제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통화(M2)증가율은 25.5%로 선진국은 물론 주요 경쟁국 중에서도 가장 높았으며 올들어서도 이같은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도 자금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금흐름이 왜곡돼있기 때문이다. 자금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부피만 키운다면 심각한 인플레를 초래할 것이 아닌가.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110조엔을 투입하는 고강도 경기부양책에도 불구, 경기회복에 실패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공투자 증대를 통한 이같은 케인즈식 경제정책의 한계를 우리는 더 이상 답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간부문의 자금 수요가 급증할 것이 자명한데도 예산을 늘린다면 정치적 용도로 사용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공적자금 상환 및 이자비용 등으로 내년에 7조9천513억원을 써야하며 내년 대선으로 인한 정당 국고보조금 등 불가피한 자금용처가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계속추진사업에 수조원씩을 추가 공급한다면 '인기몰이용' 선심자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않은 지역건강보험의 경우 요구대로 들어준다면 국고 지원율이 올해 28.8%에서 내년도엔 50%로 뛴다니 이를 어떻게 국민에게 설득시킬 것인가.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레임덕 현상을 틈타 부처마다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부풀리기식 예산 신청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당국은 예산요구를 면밀히 검토해 효율성 차원에서 내년 예산을 짜지 않으면 부처별 도덕적 해이를 증폭시켜 그동안 애써 이룩한 개혁 분위기를 망칠 것이다. 내년도 예산편성이 대국민 신뢰회복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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