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영자의 눈물

입력 2001-06-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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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선풍을 일으킨 이영자씨의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결국은 이씨의 자백으로 신속하게 정리되는 분위기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을 때 누구나 다이어트 상품에 대한 선전을 하겠구나라고 하는 것 정도는 예상했으며, 또한 예상대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성형수술을 수 차례 한 것을 숨긴 것이 화근이 되었다.

거짓말은 분명 바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짓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다. 혹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진실을 밝히는 기자 회견마저 숨은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만큼 계산적이지는 아닐 것이라고 믿으면서 일단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 동안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존귀한 자들이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하다가 낭패를 당해왔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이씨는 그들보다 더 성숙한 면을 보여주었다. 또한 촬영차 나간 김에 귀국하지 않고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컴백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그 동안 각종 파렴치한 행동이 드러나면 일단 도피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기존 규범에 대한 그럴듯한 비판을 곁들여 가며 다시 얼굴을 내미는 공인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씨는 최소한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은 이영자씨가 살을 뺐어야 했던 이유이다. 즉, 일명 '땡김이'와 다이어트 비디오가 인기를 끌어야 하는 이유이다. 서양적 미모에 종속된 한국 남성들과 그러한 남성들로부터 주목 받기 원하는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외국에 나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인들을 길거리에서 손쉽게 보게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들은 평범한 외국인이요, 한국에서 미인으로 분류된 자들의 상당수는 단지 그들과 비슷하게 생긴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상술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시민 단체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여성의 상품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 중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것이 상품 광고이다. 광고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정상적인 것들을 더 강하게 인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범상치 않은 글과 이미지로 소비자를 자극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리고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만큼 부작용도 장기적이며 광범위하다.

이영자씨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이씨와 K의원이 각자 자신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서로 입힌 마음의 상처로 그들 간의 좋은 관계가 틀어진 것이다. K의원측은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수술 사실을 폭로하는 것으로, 이씨는 운동을 하여 살을 뺀 것임을 주장하기 위해서 수술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는 것은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일이다. 한치의 손해도 허용하기 힘든 경쟁 문화의 치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K의원에서도 보복 생각에만 잠겨 있을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시술과 땡김이의 효과에 대해 전문가로서 냉정하게 자평을 해주기 바란다. 효과가 입증된다면 이 사건으로 인해서 좋은 제품이 타격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만약 효익이 없는 것이라면 충분한 검증 없이 서둘러 돈을 벌어들이려고 했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수긍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씨가 기자회견에서 "계속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모든 것을 시청자들의 뜻에 따르겠다"라고 언급을 한 바대로 진짜 시청자의 뜻을 존중하였으면 한다. 시청자들도 혹시 그녀를 향해 돌을 집어 들었다면 잠시 내려놓고 다이어트 비디오나 땡김이를 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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