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시지 오랜 봄가뭄으로 밭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박마져 쏟아지게 하십니까』.
6일 오후 5시40분쯤부터 국지적으로 10∼20여분 동안 성인 남자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우박이 쏟아진 봉화군 봉성면 금봉리와 창평리 일대의 밭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나무에 달려 있지만 온몸에 멍이 든 사과. 부러지고 잎이 찢어진 고추와 잎담배밭. 오랜 가뭄으로 가뜩이나 생장이 정지된 밭작물에 한방울의 물이라도 대기 위해 양수기와 경운기를 동원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던 농민들은 망연자실한체 일손을 놓고 있었다.
심상용(57.봉화군 봉성면 금봉1리)씨는 『부인과 함께 600여평의 고추밭에 물을 대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서 10분 넘게 콩알보다 큰 우박이 머리와 등을 때려 굉장히 아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랜 봄가뭄 때문에 며칠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물을 주면서 정성껏 가꾸었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다니…』라며 말끝을 흐리며 연신 담배를 피워 물었다.
같은 동네 김복수(48)씨는 『친구의 밭 3천여평을 임대하여 목돈이라도 손에 쥘 요량으로 잎담배를 심었으나 가뭄으로 성장이 잘 안돼 며칠 동안 물을 대느라 고생을 했는데 10여분 이상 떨어진 우박으로 잎이 부러지고 찢어져 폐농할 위기에 처했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4천500여평의 과수원을 경작하고 있는 금봉2리 대추정 마을 김동호(50)씨는 『지난해에도 이맘때쯤 우박이 쏟아져 사과열매가 흠집이 나는 바람에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져 3천원∼6천원씩 받고 대부분의 사과를 남품용으로 팔아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가뭄으로 죽을 고생 다 했는데 또다시 우박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다니…』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 있던 부인은 『오랜 가뭄 때문에 사과밭에 물을 대느라 밤잠도 못자고 두번씩이나 일꾼을 사서 열매 솎아내기도 하고 공을 다들였는데 이렇게 우박이 내릴 줄 알았더라면 물 푸고 열매 솎아내기 다 하지 말고 그냥 둘 것 그랬다』며 『하늘도 너무 무심하다』고 울먹였다.
이들 부부는 『눈에 안보이면 속이라도 덜 상할텐데 상처난 열매를 수확할 때까지 쳐다 보아야 할 생각을 하니 부아만 치민다』고 말했다.
7일 아침 과수원을 둘러본 김성태(43.금봉2리)씨도 『8천여평의 사과밭에 10분 이상 콩알보다 큰 우박이 내려 사과가 흠집이 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나 이제 솎아내기를 마친 상태에서 상처난 사과는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져 올해도 가공용 사과로 남품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우박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오랜 가뭄으로 가뜩이나 생장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박마져 쏟아져 폐농위기에 처해 있다』며 『앞으로 살아 갈 길이 막막하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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