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출국을 놓고 여권이 어수선하다. 민주당 소장파의 당정쇄신의 '몸통'으로 지목된 권 전 위원이 오는 17일 동남아로 출국한 뒤 일시 귀국했다가 7월초 이민 100주년기념 사업회 고문자격으로 하와이로 가 한동안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체류 기간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지만 그의 행보가 여권 내부 역학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선 권 전 위원의 출국에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 한 측근은 "권 전 위원의 출국은 정풍파문과는 전혀 상관없으며 그런 눈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측근도 "김 대통령이 '마포 사무실 문제는 내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은 권 전 위원의 위치와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병풍역할을 해온 권 전 위원이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지나 않을까 내심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여권의 파워게임에서 밀려 출국하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권 전 위원의 외유가 여권내부의 수습책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김 대통령이 권 전 위원의 출국을 종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외유를 막지 않았다는 것은 동교동계에 대한 민심의 흐름을 수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 있든, 출국하는 권 전 위원에 대한 여권 일반의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다. 소장파 의원들은 "권 전 위원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의 비선역할은 당이나 대통령, 개혁 추진 등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그가 출국을 하든 안하든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국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 있을 때마다 정면돌파의 수단으로 권 전 위원이 곧잘 외유길에 올랐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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