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범 에세이집 '한국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

입력 2001-06-05 15:22:00

"국어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어째서 무속과 기(氣)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우리말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서정범 교수(75·경희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수없이 받아온 질문이다.

서 교수가 일찌감치 국어학에 관심을 가진 분야는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 어원을 밝히는 일이었다. 그때가 1960년 초반이다. 그토록 오랜 연구결과의 집대성이 지난해 말 출간된 '국어어원사전'이다. 그리고 그같은 알찬 결실이 있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을 이번에 새로 내놓았다.

신간 '한국 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문학사상사)는 다양한 우리문화와 민속·무속·어원연구에 대한 그의 에세이집이다. 오랫동안 무속인의 신어(神語)를 연구하고 무속인들의 신비로운 생활상을 관찰해온 저자 특유의 재기넘치는 필력이 살아있는 우리말과 우리 문화·우리 문학 여행집이라고 할까.

이 책에서 우리말의 뿌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저자의 무속연구의 노정과 함께, 사라져가는 조상들의 다양한 생활상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우선 우리 문학작품 속에 숨쉬는 샤머니즘과 무속을 분석했다. 수로가·처용가 등의 고전문학과 소월과 상화의 시, 이중섭 화백의 그림에 나타난 샤머니즘에 대한 그의 시각이 흥미롭다.

우리 민족의 체질과 그에 맞는 식생활, 기(氣)의 발생을 도와주는 신비로운 도구와 기치료법도 소개했다. 서 교수는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란 물음과 함께 '무속인들의 놀라운 능력은 원시적인 기(氣)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3천여명의 무속인과 일일이 인터뷰하면서 체득한 것으로 부분부분 고개가 끄덕여진다.

민족의 뿌리를 짐작케 하는 아득한 조상들의 흔적, 그리고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문화의 대한 감상과 함게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회상도 담았다.

우리민족의 어원을 찾아 그속에 담긴 원뜻과 전파경로를 소개한 부분은 다분히 학술적이다. 일찍이 무속인의 몸에 실린 신이 하는 말 (神語)을 통해 우리 조어(祖語)를 찾는 실마리를 얻은바 있는 저자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서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우리 현대문학과 고전문학, 구비문학과 기록문학, 미술과 조각 등을 무속적인 시각을 통해 분석해 보았다"며 "우리 문학과 문화를 통해 민족의 정신적 고향을 찾아보고자 한 것으로 이는 곡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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