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이 열린 지난달 22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창단 9주년을 맞은 대구시립오페라단이 창단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려 질적, 양적으로 성장한 면을 보여주었으나 공연문화는 곳곳에서 성숙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다.
공연 도중에 울리는 휴대폰 소리, 카메라 불빛, 아이들의 울음소리, 공연장을 들락이는 모습, 공연내내 옆사람과 얘기하는 관람객 등이 조용히 공연을 감상하는 대다수 관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난달 3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대구시립국악단 제90회 정기연주회도 사정은 마찬가지. '2002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한·일 전통 음악 만남의 장으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도 잡담과 수시로 공연장을 드나드는 관객들의 소란으로 연주회가 감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또 수행평가를 위해 학생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으면서 공연도중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헤드폰을 끼고 다른 음악을 듣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지난해 3월 자원봉사단을 구성한 뒤 시립예술단과 기획공연에 5, 6명을 투입, 공연 질서 유지를 하고 있으나 관객들에 비해 인원이 부족해 부끄러운 시민의식에 대한 통제내지는 공연분위기 조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관객들의 공연관람에 대한 자성과 함께 문화봉사자들을 체계적으로 육성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 지역의 경우 공연이 있을때마다 조끼를 입은 문화봉사자들이 등장한다. 주로 청소년으로 구성된 문화봉사단은 막이 오르기전 객석을 오가며 휴지를 들고 다니다가 관객이 씹는 껌을 받아내고, 음식물 섭취를 금지시키며, 휴대폰을 꺼 달라고 당부한다. 좌석에 대한 안내도 맡는다.
선진국의 경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공연 시작전 객석을 오가며 휴대폰 점멸 등 쾌적한 공연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엄격히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지역에서도 자발적으로 모인 문화봉사자들이 훌륭한 몫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어 문화봉사자 운영의 좋은 지표가 되고 있다. 지난 97년 11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문화재를 시민 스스로 지키자는 취지에서 시민 50명으로 출범한 '문화재지키기 시민모임(공동대표 김계숙, 석대일)'은 문화 봉사자들이 모여 시민단체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 현재 300여명의 회원들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아 미개발 유적, 도굴 현장 고발 업무 등을 활발히 담당하면서 문화재 보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도 시민 문화강좌 '박물관대학' 졸업자들로 구성된 50여명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96년 9월부터 각종 행사안내와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연 관계자들은 "예전에 비해 시민들의 공연문화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범시민운동으로 문화 봉사자들을 체계적으로 육성, 공연문화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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