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회의를 열어 우리측에 사전통보나 허가 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북한상선에대해 제주해협 통과를 긍정 검토키로 한데는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일단 해석된다.
이는 NSC 상임위가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한 북한상선은 쌀과 소금 등 생필품을 싣고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뒤 "정부는 이를 감안, 6·15 남북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 영해를 통과하도록 허용했다"고 의견을 모은데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제3국 선박은 '무해통항권'이 인정돼 수시로 항해할 수 있고, 외국 군함의 경우도 3일전에 우리 정부에 통보하면 해협 이용이 가능하다.때문에 정부도 이런 실정을 감안해 비록 남북한이 정전체제에 놓여있지만, 남북정상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전쟁위험 제거 노력'에 합의한 만큼 사안에 따라 북측 선박 항해도 허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앞으로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방침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보자는 의도도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이번 북한상선의 영해통과를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했다'는 점을 강조한 내면에는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 "인천항-남포항·해주항의 항로처럼 남북한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사안이다"말해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남북협상 의제로 준비해왔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문제는 북측이 남측의 이런 방침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측 상선이 유류절감과 항해시간 단축을 위해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겠다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당국은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한 북측 선박이 NLL을 우회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대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주해협이 북한선박에 개방되면 동·서해상을 거쳐 통과하는 선박은 시간당 21.6㎞ 항해를 기준으로 각각 594㎞, 432㎞가 단축돼 북측 입장에서는 유류절감과 항해시간 단축 효과가 있다.
군 관계자는 이와관련, "북한상선의 이번 제주해협 무단 항해는 유류를 절감하고, 항해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하튼 지난 53년 정전협정 체결이후 인공기를 단 북한선박이 한번도 통과하지 못했던 제주해협의 통과를 허용한다면 이는 남북관계에 있어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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