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원 공공기금 눈먼 돈

입력 2001-06-04 14:17:00

외환위기 이후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운용중인 공적기금이 새고 있다. 검찰이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서민형 공공기금 사고 200여건을 표본 수사한 결과 제도적 맹점을 악용해 각종 자금을 불법으로 빼낸 사례가 4건에 1건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검 반부패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병화)는 4일 신용보증기금의 생계형창업특별보증 및 주택금융신용보증 자금, 노동부의 고용보험기금 등 공적자금 편취 사범 55명을 단속, 11명을 구속하고 44명을 입건했다.

정모(33·무직)씨는 퇴직후 거래업체의 세무기장대리업무로 일정한 수입이 있었으나 지난해 9월 대구노동청에 아무런 수입이 없는 것처럼 고용보험실업인정신청서를 제출, 지난 1월까지 8차례에 걸쳐 실업급여 339만원을 받아 챙겼다.

박모(55·무직)씨는 지난 99년 9월 톱기계제조공장 부지에 대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 신용보증기금의 창업자금 대출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4천5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모(33·목수)씨는 지난 2월 120만원을 가계약금으로 주고 전세금 1천200만원인 임대차계약서를 작성, 신보로부터 주택임차자금 대출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8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검찰은 "구속자들 중 일부는 서민형 공공기금 대출용 신용보증이 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 등 관련 서류에 대한 사실 확인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악용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99년 정부출연금 3천500억원과 IBRD 차입금 2천800억원으로 조성한 주택금융신용보증 기금의 경우 보증사고에 따른 대위변제(신보가 대신 변제)가 2천200억원에 이르며, 정부출연금 2천억원으로 조성한 생계형창업특별보증기금도 대위변제가 1천300억원에 달하는 부실을 낳았다.

이남석 수사검사는 "예금보험기금,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등 다른 공공기금도 범죄의 대상이라는 판단에 따라 추가로 100여건의 공적기금 사고를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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