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울산공단 안전 우려

입력 2001-06-04 14:25:00

이번에 드러난 '신기지각 변형연구 보고서'는 경상분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와 울산공업단지 내의 중요시설 등의 안전성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경상분지는 중생대 백악기와 쥬라기 시대에 형성된 분지로 경남·북 대부분지역을 말한다.

이 보고서는 당초 지난 97년부터 2006년까지 3단계로 나눠 연구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4월 1단계 연구목표인 '한반도 활성단층의 분포파악'이 끝나는 시점에서 조기 마무리됐다.

◆최악의 위치, 월성원전

월성원전에서 5~16km 이내에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단층이 8곳이나 발견돼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된다. 현재 월성지역엔 기존 원전 1~4호기가 가동중이고 신 월성 1~2호기 추가건설 계획(2009년 완공예정)이 확정된 상태다.

이미 지난 92년 한국전력이 작성한 '월성원자력 3, 4호기 부지조사 보고서'에도 부지지질 반경 8㎞이내에 길이 300m 이상의 단층들이 19개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한전측은 이러한 단층들이 "활성단층은 아니다"고 했으나 대만 지진사태에서 드러났듯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 단층주변의 건물들은 아무리 내진설계를 잘해도 그 피해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97년 6월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6정도의 경주지진은 진앙지가 경주시 동남쪽 5㎞지점으로, 기와장이 떨어지고 담에 금이 가는 피해가 발생해 정부관계자들과 주민들을 놀라게 했으며 현재도 미소 지진의 발생빈도가 타 지역보다 훨씬 높다.◆잇단 지진발생

월성원전에서 10km정도 떨어진 경주시 양남면 효동리 주변은 지난 95년부터 올 5월까지 모두 9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96년과 99년에는 각각 26번, 22번, 올들어서도 7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

과기부는 "경주지역에 지진관측소가 많기 때문에 지진발생이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

지난해 8월 발간된 한국자원연구소(현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연구망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연구보고서'에는 "95년부터 경상분지 지진관측 결과 경주 효동리 일대에 미소지진이 집중되고 있고 월성주변의 활성단층으로 지진 안정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향후 과제

지질자원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파장을 우려한 과기부가 영구 배포금지 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는 또 한반도 활성단층의 분포파악이 거의 완료됐으며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23곳의 신생대 제4기 단층지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벽계단층(경주시 강동면), 가천단층(울주군 삼남면), 마동단층(경주시 마동리) 등 7곳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상태다.

과기부측은 "최종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밀한 조사가 수반돼야 한다"며 단층 연령측정과 지질학적 종합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월성원전 시설은 물론 추가 건설될 원전의 백지화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양산단층대를 따라 새로 발견되거나 기존에 발견된 활성단층 근처에는 석유정제시설과 송유관을 갖춘 울산공단이 위치하고 있다.

한나라당 윤영탁 의원은 "월성원전의 경우 부지주변 지역에 활성단층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가동중인 원전의 부지안정성에 대한 조사는 물론 현재 추진중인 원전 인근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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