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 가뭄 피해가 심각해진 데는 재해에 대한 안일한 의식 등 구조적 문제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물부족 국가가 될 것으로 예견돼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물 자원에 대한 의식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북도청이 74억원을 긴급 지원해 관정을 새로 뚫는다고 하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적잖은 관정은 관리 소홀로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안동시청은 최근 5년여 사이에 각 3천만원씩 들여 대형(암반) 관정 96개를 뚫었으나 10%는 저절로 폐공됐고 50%도 물을 뿜지 못하고 있다. 영양에서는 소형관정 400개 중 20%밖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해 대비 의식이 부족해 급할 때 뚫은 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도청에서 경비를 지원한다 해도 현지에서는 지하수 개발업체 부족으로 열흘이나 기다려야 관정 팔 차례가 돌아올 수 있는 형편이다.소류지들도 중요한 수원 역할을 해 왔지만 그동안 방치되느라 유입 토사로 메워져 이번 가뭄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영양지역 등에서는 소류지에 관정을 뚫어 상시 일정 수위를 유지케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수로도 허술해 "힘들여 물을 퍼 올려도 흙으로 된 도수로 중간에서 거의 절반 가량이 새 버린다"고 농민들은 말했다.
주변 피해만 강조된 결과 대형 저수지들이 제대로 건설되지 못한 것도 가뭄 피해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됐다. 영주시청 김선옥 농지담당은 "올해같은 50년 빈도의 가뭄이 닥치면 지하수까지 고갈돼 관정조차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며, 댐·저수지 확충 등 21세기의 물 부족 위기를 이길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경북 북부지역 가뭄 피해면적은 갈수록 증가, 4일 현재 1만ha에 달한 것으로 경북도청은 집계했다. 이는 경북 전체 논밭 면적의 4%에 가까운 것이다. 현재 북부에서는 물을 찾기 위해 파헤친 곳만도 이미 6천군데에 달했고, 물을 나르기 위해 깐 호수 길이도 2천600여km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관정 외에는 관개 수단이 없는 고추·참깨·콩 등 밭작물은 이미 폐농 위기 상황에 접어 들었으며, 상당 부분의 논은 모내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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