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기사 박찬홍(35·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는 하루 8시간을 영어회화 공부에 쏟아붓고 있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영어회화 테이프를 틀고, 영어단어 쪽지를 운전대에 붙여 놓고 틈나는 대로 외운다.
박씨가 이처럼 영어공부에 매달리게 된 것은 2년전부터. 자신의 택시에 탄 미국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손짓과 몸짓을 총동원해 간신히 미국인을 목적지에 데려다준 것을 계기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근 대륙간컵대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택시를 탈 때면 박씨는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대구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른 택시기사들도 영어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를 국제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뛰는 시민들이 많다.
박씨처럼 영어공부에 열심인 택시기사, 국제대회때마다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 외국인에게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숙박 및 음식점 관계자,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내놓기 운동을 벌이는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 주민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대학생 이순연(19·대구시 달서구 감산동)양은 지난달 30일부터 열린 대륙간컵대회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자리를 찾아주고, 관람질서를 유지하는 일을 무사히 해냈다. "자원봉사를 하느라 학교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대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에 힘든 줄 모르고 봉사활동을 했어요"
내년 월드컵에도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이양은 "대구를 찾는 외국인을 친절하고 편안하게 안내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했다.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묵는 호텔 인터불고 총지배인 서정호(45·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종업원 모두가 '민관외교관'이란 사명감을 갖고 외국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고산노변타운 등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 아파트 1천600여가구는 경기장을 찾는 외국인 및 관람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베란다마다 화분을 내놓았다. 형형색색의 화분들로 경기장 주변 아파트들은 한 폭의 수채화로 바뀌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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