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선머슴' 없는 세상

입력 2001-06-02 14:57:00

우리 속언에 "머슴 운수에 소 죽는다"는 말이 있다. 매사에 아무리 신중하고 성실하게 잘 해도 엉터리 없거나 운세 사나운 사람곁에 있다가 엉겁결에 덤터기를 쓰는 것을 말한다.

▲한국 축구가 꼭 그 꼴인 것만 같다. 중미(中美)의 강호 멕시코에 천신만고 끝에 2대1로 이겼다고 환호작약한 것도 잠시, 세계 최강의 프랑스가 FIFA랭킹 68위의 호주 축구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프랑스로서야 "호주쯤 이야"하는 교만감으로 주전 선수를 한 명도 내세우지 않고 2진만 기용, 장난을 치다 무너진 데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결승진출은 '떼어논 당상'격이니 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한국인 것이다. 가까스로 멕시코에 이겨 놓으니 이번엔 프랑스가 호주에 지다니…. 한국 축구가 4강에 오르려면 호주를 4점차이로 눌러야 한다니 한창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호주를 무슨 수로 4점이나 꺾을 수 있을지 맥이 빠진다. 아무래도 우리 축구는 프랑스라는 '선머슴'덕분에 골병이 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가하면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살 빼기'를 둘러싼 소동은 '머슴도 죽고 소도 죽는'그런 꼴이 아닌가 싶다. 이영자씨는 걷기 등 운동만으로 98㎏에서 62㎏으로 36㎏을 감량했다해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기연예인. 그녀의 다이어트 비디오(1만5천원)가 이미 3만개나 팔려나간데다 1억원대의 방송CF도 두편이나 출연 교섭중일 만큼 뜨고 있다. 그런데 이판에 느닷없이 서울강남의 ㄱ성형외과 ㄱ원장이 "지난해 5월부터 지난2월까지 이씨의 복부와 옆구리 부분 지방 흡입술을 세 차례, 가슴 축소 수술을 한차례 시술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100%운동만으로 살을 뺐다는 이씨의 주장을 선망하는 팬들이 비디오를 불티나게 사갔던 만큼 우선 비디오 마케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씁쓸한 것은 아무리 돈도 좋지만 그처럼 멀쩡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야속한 마음도 없지 않다. 시술 했다고 주장하는 ㄱ씨도 마찬가지. 공동사업을 하면서 저간에 서로간에 깔린 마음의 앙금이야 있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의사가 환자의 병력(病歷)을 폭로한다는 것은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ㄱ씨의 폭로는 '머슴도 죽고 소도 죽는 꼴'이 아닌지. 선머슴이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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