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극복 출향인사·기업들도 나서

입력 2001-05-31 14:43:00

"힘 내십시오! 우리도 있습니다…". 가뭄에 마음까지 말라버린 농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어떤 사람은 양수기를 사다 주고, 어떤 사람은 새참을 해다 날랐다. 기업체들은 직원을 파견했으며, 아랫들이 어렵자 윗들은 수문을 열었다. 가뭄에 지친 농부들을 지금 '사랑의 샘물'이 적시고 있다.

◇기업들의 헌신=봉화군 춘양면 도심3리 갯뜰지구 32ha 논이 바짝 마르자 신대광건설 강영서 대표는 지난 27일부터 회사직원 2명, 굴삭기 1대, 펌프 1대를 현장에 투입해 하천을 뚫어 물을 퍼 올려 주고 있다.

영주 진진개발 임상규(40) 대표는 양수기 4대와 호스 등을 500만원 어치 구입, 문수면 조제리 샛골 논 5ha에 물을 대고 있다. 덕성건설 황중권 대표는 영주 가흥1동사무소에 양수기 3대와 호스를 기탁, 안동골 2.5ha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영양 일월면의 상수도 공사를 하고 있는 태화건설은 10마력 짜리 양수기 1대를 섬촌리 등에 보내 원들 3만여평의 논에 모내기를 가능케 했다. 청송 동국레미콘 윤경희 대표는 자신의 중장비를 파견해 부동면 상평리 용전천에서 들샘 파는 일을 맡았을 뿐 아니라, 호스 1천m를 군청에 전달했다.

문경 마성면 구간 중부내륙고속도 건설 공사를 맡고 있는 (주)태영, 하수처리장 공사업체 포스코개발 등은 자체 보유분 고성능 양수기로 인근 외어·남호·신현들 모내기 물푸기를 도왔다. 영순면 의곡리 마산들에서는 한국건설이 보낸 30마력 짜리 양수기 2대가 굉음을 내고 있고, 신흥동 장평들에서는 동일개발 양수기가 위력을 보였다.

점촌 대길상건설은 흥덕동 수정보, 영강개발은 인근 신당보와 영순면 마산보, 우일건설은 영순면 달지들, 우남건설은 호계면 막곡들, 한빛건설과 제일기업은 금천, 영강개발은 마성면 남호들·모곡들을 나눠 맡았다.

문경시 산북면 이곡들 30ha의 논이 먼지만 날리자 역내 장비·건설 업체들은 1km에 달하는 하천을 굴착하고 양수기 13대를 돌렸다.

◇농협도 '바로 내 일'=농협들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발벗고 나섰다. 안동 와룡농협은 월곡 마을에 스프링클러 45대, 호스 6천m 등을 전달했고, 안동농협은 5천ℓ짜리 물탱크 차(5t)를 보내 남선면 지역의 말라 죽어가는 벼 못자리에 물을 줬다.

농협 청송지부는 안덕면 감은리에 양수기 5대를 보내면서 매일 100명의 인력을 파견해 물대기 등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문경지부는 직원 성금으로 양수기 6대를 사 산북면 이곡지구 등에 지원했다. 이 지구에는 문경 산동농협도 펌프 1대, 농기계 등 400여만원 어치의 장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직접 양수 작업을 맡았다.

◇관공서는 전면전 선언=관공서는 이번 사태를 비상사태로 파악, 모든 업무능력을 가뭄 극복에 투입하고 있다. 안동시청은 지난 28일부터 공공근로 사업을 중단하고 참가 인력 131명 전원을 가뭄 작전에 투입했다. 청송군청도 151명의 공공근로자를 비상 배치했다.

영양읍 사무소는 읍민들이 먹을 물이 모자라자 직원을 투입, 3km 떨어진 웅덩이 물을 끌어 왔으며, 문경시청 직원 70여명은 영순면 달지들 모내기를 대신 맡아 했다. 예천경찰서는 경찰관과 의경 50여명을 감천면 등에 투입, 고추밭 물주기 등 작업을 도맡고 나섰다.

영양군청과 현지 농업기반공사는 힘을 합쳐 강물을 거꾸로 역류시켜 수십ha의 모내기를 가능케 했다. 입암면 흥구들이 높게 위치해 반변천·화매천 등 물을 못받자 10여만t의 화매지 물을 흘려내려 가둔 뒤 75마력 짜리 양수기로 3m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린 것. 덕분에 30여ha 논의 모내기가 가능해지자 첫 통수가 있었던 지난 28일 주민들은 모처럼만에 환호성을 올렸다.

◇물꼬를 헐어라=농민 서로 간이나, 인근 도시민과 사이에 흐르는 생명의 물은 더 감동적이다.

영양군 입암면 삼산보 물을 이용하는 농민들은 더 하류에 있는 논들의 모내기가 어렵자 자기네 수문을 열어 버렸다. 문경 마성면 남호들에서는 문경영농 김인환 이사가 개인 부담으로 관정을 파고 물을 퍼올려 이웃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자신의 농사도 중요하지만 이웃들이 애태우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 안동 풍산면 김효영씨는 10마력 짜리 양수기와 모터 1대씩을 산북면 이곡리에 파견해 고통을 함께 했다.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출신으로 경기도 안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상곤(30)씨는 고향 마을의 가뭄 소식에 양수기 2대를 사 들고 뛰어왔다. 안동 새마을 부녀회 회원 40여명은 임동면 위2리 손휘준씨를 찾아 가 땡볕 속에서 과수원 물대기와 사과 열매 솎기를 맡아 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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