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회가 30일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 탄핵결정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소집을 압도적 표차로 결의, 와히드가 정적체포 위협으로 맞선데 이어 와히드 지지세력의 과격시위로 일부지역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과격시위 확산= 친 와히드 시위대 4천여명은 30일 경찰의 저지를 뚫고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소집 여부를 논의중인 국회 의사당 구내를 강제 점거했다. 와히드 고향인 동부 자바에서 대부분 상경한 시위대는 각목과 죽창으로 무장, 이날 도심 국립박물관 광장에서 '와히드결사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한 뒤 경찰과 대치끝에 국회의사당 구내까지 진입했다.
물대포와 실탄, 장갑차 등으로 무장, 4중 방어벽을 친 경찰은 두차례에 걸쳐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진입을 막다가 실패하자 구내에 새로운 저지선을 구축, 시위대와 한때 대치했으나 이들이 자진 해산하는 바람에 물리적 충돌은 피했다.
동부 자바에서는 최대 이슬람 세력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을 비롯한 와히드 지지자들이 수라바야 동쪽 80㎞ 지점의 파수루안에서 시위대 1만여명이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사흘째 수라바야 진격을 시도하다 경찰의 발포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또 시도아르조와 그레식, 말랑등지에서도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라바야 교민회와 자카르타 주재 한국 대사관은 파수루안 소재 제일삼성과 경희어망, 경동 등 한국 업체들의 피습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군부대에 지원을 요청,군병력이 이들 공장 주변에 긴급 배치됐다.
◇와히드의 카드=야흐야 사타쿱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와히드 대통령은 국회의 특별총회 결의에도 불구, 치명적인 정치적, 사회적 희생을 우려해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진 사임설을 일축했다.
또 대통령 측근들은 이날 "최근 발령한 준비상사태의 권한을 활용, 반민주적 인사를 체포할 수 있다"며 체포 대상으로 사회단체 대표와 정치인, 언론인 등을 거명했다. 집권 국민각성당(PKB) 관계자도 30일 "금융 스캔들과 관련해 와히드가 대검찰청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 국회가 이를 문제삼아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 수호 차원에서 정적들을 체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탄핵총회 소집결의= 국회는 이날 오후 9시20분(현지시간) 표결에 들어가 특별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집권 국민각성당(PKB) 소속 의원들이 MPR 특별총회 소집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집단 퇴장한 가운데 공개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전체 참석 의원 408명중 찬성 365표, 반대 4표, 기권 39표를 기록, 압도적 표차로 특별총회 소집안을 가결시켰다.
와히드는 오는 8월 초순 개최 예정인 MPR 특별총회까지 극적인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탄핵을 받게된다.
◇메가와티의 대응=와히드가 탄핵될 경우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으로 보이나 정국혼란으로 많은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국적 소요사태가 탄핵 추진 강행에 따른 것이라는 국민적 비난 여론이 격화될 경우 메가와티는 정치적 위기 타파를 위해 와히드가 최근 제시한 권력분점안을 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국은 MPR 특별총회가 개최되는 오는 8월초까지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권력투쟁으로 인해 메가와티의 대권 승계 여부에 관계없이 정국 혼란의 악순환이 계속될 전망이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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