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을 달린다 (22)

입력 2001-05-30 14:28:00

◈고구려인 추정 사신도 소장

사마르칸트 초입에 위치한 역사박물관 1층에는 특별전시공간이 있다.다른 전시관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유독 이곳만큼은 안내원이 문을 열어줘야 입장이 가능하다.반 지하구조인 이곳에는 7세기 소고드 왕조의 아프라시아브 왕때 만들어진 궁전벽화가 3개 벽면에 전시돼 있다.당시 각 나라에서 보낸 조공사절들을 그린 벽화다.1965년 발굴된 높이 2m의 이 벽화들은 그러나 상당부분 훼손돼 일반인들은 정확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취재팀이 사마르칸트의 첫 방문지로 이곳을 택한 데는 벽화중에 '고구려인'이 있다고 국내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벽화는 서쪽벽면에 있었다.조우관(鳥羽冠), 즉 새 깃털 2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허리에 큰 칼을 찬 두 사람의 형상이 벽화 오른쪽 귀퉁이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벽화를 보는 순간 이들이 고구려인이라는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안내원은 이에 대해 전혀 설명을 못했고 벽화와 함께 발견됐다는 대형비문에도 다른 그림들에 대해선 설명이 있지만 유독 고구려인이라는 그림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박물관측이 제작한 안내책자에도 'KOREAN'이라는 단어 한개가 전부였다.

"나당 연합군에 고구려가 패망한 게 668년 아닙니까.고구려가 과연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지나 여기까지 와서 파병을 요청했을까요? 더구나 조공사절을 보낼 이유는 더욱 없지요".

우즈베키스탄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중앙아시아 역사 박사과정에 있는 한국유학생 최모씨의 설명이다. 취재팀과 동행한 그는 "조우관은 기마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의 대표적인 복장이며,특히 티베트지역에서는 무속인이 이 형태의 모자를 지금도 쓰고 있다"면서 "오히려 중앙아시아 대륙의 한 민족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사마르칸트 박물관 고대예술품수리소 책임자 마라나 한데시씨는 "아즈라일레비치 알바움이라는 러시아 학자가 가올리(GAOLI=KOREA) 사람들이 깃털모자를 썼다는 전설을 근거로 그같이 추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결국 철저한 검증이 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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