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정국 일촉즉발

입력 2001-05-29 15:14:00

금융 스캔들로 탄핵위기를 맞고 있는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전국에 준비상사태를 선포, 인도네시아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한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과 인도네시아 국회는 와히드 탄핵절차를 밟기위한 특별총회 소집을 강행키로 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와히드의 도박=와히드 대통령은 28일 법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준(準)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와히드는 국회가 자신을 권좌에서 축출하기 위해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소집을 강행할 경우 찬.반 세력간 유혈충돌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번 조치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와히드가 자살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긴급 조치권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물리력 동원없이 더 이상 대화를 통한 대립정국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와히드가 준비상사태 선포로 당초 노렸던 정적들의 탄핵 시도 저지와 치안 확보를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가와티의 대응=메가와티는 이날 준비상조치 선포 소식을 TV방송을 통해 접한뒤 곧장 관저에서 자신이 이끄는 민주투쟁당(PDIP) 당직자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당직자 회의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PDIP 소속 사밤 시라잇 국회의원은 "긴급조치 발동에도 불구, 오는 30일 예정대로 국회 총회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겸 국민수권당(PAN) 총재 등 국회 지도부는 국회 해산이나 정치인 투옥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경우 대통령 탄핵사유인 위헌으로 결론짓고 특별총회 소집 시기를 앞당겨 곧바로 권력축출에 나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향후 전망=와히드가 준비상사태 선포에 이어 국회 해산, 정치인 투옥 등 초법적인 강공수를 강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와히드는 이날 비상각료회의를 통해 비상사태 선포를 계획했으나 각료의 반대로 한단계 아래인 준비상사태를 발동하는데 그쳤다. 또 치안유지를 위한 막강한 실권을 위임받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정치.사회.안보조정 장관이 이날 와히드는 물론 와히드의 정적이자 부통령인 메가와티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게다가 군부는 이미 와히드의 국회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이사실을 폭로,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가 와히드에 대한 탄핵을 강행할 경우 인도네시아는 찬.반 세력간 유혈충돌로 극도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가와티 진영 내부에서도 와히드 탄핵을 위한 MPR 특별총회 강행이 전국적인 유혈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와히드의 권력분점안을 수용해 타협하자는 의견이 활발히 개진되고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국은 국회 총회가 소집되는 오는 30일까지 초긴장 상태가 연출되는 가운데 정치권내 타협 노력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극적인 위기돌파 상황이 기대되고 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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