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미혼 여성 산부인과 질환

입력 2001-05-29 15:27:00

몇달 전 난소낭종으로 수술을 받은 어느 여고생의 어머니는 딸 아이의 진단서를 요구하면서 "산부인과에 입원한 것으로 하지말고 그냥 병원 이름만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산부인과에 입원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 무슨 오해를 살지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혼전 여성들은 산부인과를 꺼린다. 생리불순으로 출혈이 심해 수혈이 필요할 정도인데 엄마를 대신 병원에 보내기도 하고, 1년 이상 생리가 없는데도 집에 그냥 있거나 함부로 약을 사 먹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청소년기와 결혼전의 처녀들에게도 산부인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적지 않다. 청소년기 성 발달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지나치게 늦은 경우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뇌하수체, 부신, 갑상선, 난소 등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이상이나, 심하면 염색체이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초경연령은 11~16세이므로 늦게까지도 초경이 없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성과 잠자리를 한 적이 없는 데 질분비물이 너무 나와서 몹시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질분비물은 초경전이나 혼전에도 염증없이 있을 수 있다. 초경전 6~12개월까지 나오는 질분비물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자궁경부가 뒤집어 진 모양을 가진 자궁경부외번증일 경우 혼전이라도 질분비물이 나올 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간혹 염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자극적인 증상이나 가려움증이 동반될 때는 치료가 필요하다.

무월경 또는 과다월경 등의 생리불순이 심할 때도 산부인과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생리불순은 전신적인 질환의 단서로 나타나는 경우도 상당히 많으므로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다든지, 반대로 생리가 계속 있다든지 하는 경우는 꼭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복통이 있을 때 흔히 속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급성복통이 있으면 흔히 맹장염만 생각하지만 난소낭종이나 급성 골반감염인 경우가 더 흔하다. 만성복통이 있는 경우도 장관계열보다는 자궁내막증과 같은 부인과적인 문제가 더 많다. 자궁내막증은 완치는 아니지만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이여, 산부인과를 두려워 하지 말자. 요즘에는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를 동네의원에서든 종합병원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김미숙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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