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책하려면 장관부터 하라

입력 2001-05-29 14:35:00

감사원의 의약분업 특감은 우려한대로 실무라인 책임자 몇명만 희생양으로 삼은 짜깁기 감사라는 인상이 짙다. 이런 수준의 감사로는 복지부 공직자들의 반발은 물론 국민들이 수긍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결론이다.

감사원의 분석대로 의약분업이 총체적인 부실인데도 지금까지 정책시행과정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자체 점검이 없었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의약분업 파행으로 국민들이 사경에 처해 있었는데도 어느 누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정부나 여권의 인사는 없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그나마 때늦게 실시한 감사원 감사도 정치논리에 짜 맞춘듯 몸통은 빠지고 깃털만 희생양으로 삼은 겉치레 감사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형평성을 잃었다. 차흥봉(車興奉) 전 복지부장관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실무자는 중징계한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조치다. 우리는 정책실패에 대한 문책은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문책에 들어갔고 또 98년 IMF책임을 물어 당시 민간인이었던 강경식 전 장관을 구속기소한 사례가 있으므로 일관성 차원에서도 문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므로 정책결정자 등 고위층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의료계가 집단파업에 나섰을 즈음에 이한동 국무총리 등이 나서서 의약분업파행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의약분업 부실을 실무자에게만 떠넘겨서는 안된다. 의약분업 실시 이전, 이후에 국무총리 주재하의 관계부처 회의나 고위당정회의를 수없이 열었고 이자리에서 여러가지 대책논의가 있었다는 것도 상기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나온 대안(代案)들이 결국 겉돌아 감사원 감사까지 받기에 이른 것은 의약분업 부실이라는 사실의 확인이다.

이처럼 의료복지 국정의 난맥상의 책임을 실무라인 몇명에게만 묻는다는 것은 희생양만 골라낸 감사로 비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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