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와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26일 만남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 비해 서먹서먹한 분위기였다. 노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사적인 친분을 적극 표현한데 반해 전 전 대통령은 외교현안을 화제로 삼는 대신 과거의 인연은 들먹이지 않았다.
공개된 자리에서의 대화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강조한 전 전 대통령보다 박 부총재가 이끌어 나갔다. 박 부총재와의 만남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박 부총재측은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20여년만에 만난데다 박 전 대통령의 총애로 성장했던 전 전 대통령이 5공 출범이후 박 부총재를 정치적으로 고립시켰던 과거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박 부총재는 오찬에 앞서 용문양을 새긴 액자와 다기를 선물하며 "후원회때 축하메시지를 보내 감사하다"며 근황을 물었다. 전 전 대통령은 "1년에 2~3차례 대구와 합천에 내려가지만 주변의 눈도 부담스럽고 내가 가면 그쪽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아 피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옛날 같으면 고려장을 할 나이"라며 "움직이기도 귀찮을 뿐 아니라 눈도 좋지 않아 스포츠 방송을 주로 본다"며 세상 일에 관심이 없음을 간접 시사했다.
정치 이야기로는 "일본 다나카 외상은 여자이면서도 소신있게 일을 잘하던데 최근에는 말이 별로 없더라"는 전 전 대통령의 말에 박 부총재가 "정치인은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답한게 전부. 비공개 오찬을 마친후 박 부총재는 "전 전 대통령은 미사일방어(MD)체제와 최근의 미·중 긴장관계 등 외교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며 "정계에 입문한 만큼 잘하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재는 조만간 최규하 전 대통령을 찾는 것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순방을 마칠 예정이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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