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남자가 북한에선 일등 신랑감

입력 2001-05-25 14:29:00

세상이 아무리 달라진다해도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능력있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가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와 '예쁜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한 평가 기준은 변한다.이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 '일등 신랑감'과 '미인'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요즘 북한에서는 '돈 잘 벌는' 남자가 일등 신랑감이라고 한다. 계속된 경제난이 여성들로 하여금 높은 지위나 명예를 가진 사람보다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의 소유자를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것.

예를 들면 체육선수, 연예인, 교통안전원, 무역실무자 등이다.

체육선수의 인기는 비록 여성이기는 하지만 세계적 마라톤 선수가 된 정성옥의 경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녀는 99년 8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서 우승,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고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에 뽑혔다.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톱스타가 되기만 하면 내각 부상(차관)급 대우를 받아 생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교통안전원은 개인 상행위를 위한 불법 자동차 운행이 늘어남에 따라 짭짤한 음성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에서 인기있는 컴퓨터산업 종사자에 대한 선호도는 아직 알 수 있는 단계가아니지만 북한당국이 컴퓨터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방침이어서 관련 직종은 인기있는 배우자 직업이 될 전망이다.

미인의 조건도 바뀌고 있다.

북한에서는 적어도 90년대 중반까지는 "160㎝ 정도의 신장에 약간 통통한 몸매, 둥그스름한 얼굴"이 최고의 미인으로 꼽혔다.

87년에 공개된 영화 '도라지꽃'의 주인공 오미란이 톱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중의 하나도 이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탈북자들에 따르면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조금 말랐으면서도 건강해 보이는 여성들을 더 선호한다는 것.

변화하는 미인의 조건은 최근들어 여배우들의 인기판도에서 오미란보다는 김정화가 앞서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화는 80년대 최고의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에서 관능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이 이미지가 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아있어 특히 젊은층들로 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결국 요즘 북한의 미인은 신장은 165㎝ 정도, 약간 마른 몸매에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여인'이라 할 수 있다. 송회선기자 the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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