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51.대구시 달서구)씨는 지난 8일 작은 식당을 차리기 위해 공들여 모은 현금 300여만원을 집에서 도둑맞았다. 처음 당한 일이어서 신고하면 돈을 찾을 줄로 기대했던 이씨. 하지만 지금은 경찰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건 발생 당일 집에 한차례 들렀던 경찰관은 그 이후로는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 어렵게 모은 돈을 도둑맞는 바람에 계약한 식당까지 인수하지 못한 이씨는 "아무런 연락이 없어 지금은 자포자기한 상태"라며 "경찰이 최소한의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손부족을 내세워 피해액이 적은 절도사건은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아 절도사건 10건 중 7건이 미제로 남는 실정이다.
대구지역 각 경찰서는 절도사건 피해액이 1천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대구경찰청에 보고하는 등 중요사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보다 피해가 적은 절도사건 대부분은 사건발생부에 등재한 뒤 지역을 맡고 있는 담당형사에게 서류를 넘겨주고 있으나 사실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피해액이 미미한 절도사건은 제보가 없는 경우 범인을 붙잡기가 어렵다"며 "중요사건에 치중하다보니 절도사건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9천434건의 절도사건 중 범인을 붙잡은 경우는 2천884건으로 검거율이 30%에 불과했다.
때문에 절도사건 피해자들의 경찰수사에 대한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집에서 귀금속 500여만원어치를 도둑맞은 박모(25.여)씨는 "신고 뒤 형사가 한두차례 찾아왔지만 건성으로 돌아보고 범인을 잡으려는 적극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너무 무서워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사갈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김모(46)씨도 지난 8일 귀금속 등 200여만원 어치를 도둑맞고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에 실망, 사설경비업체에 경비를 맡겼다.
경찰 한 간부는 "하루 수십건의 사건사고를 감당하기도 힘들어 절도사건이 올라오더라도 읽어볼 여유조차 없는 등 절도사건 해결에 힘을 쏟기 어렵다"며 "적극적인 방범 활동외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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