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초 자유기업원 민병균 원장의 글 '시장경제와 그 적들'에서 "지금 정부는 참여연대, 전교조, 민노총 등과 합세하여 한국사회를 국정파탄의 궁지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더 이상 "좌익이 국정을 농단치 못하게 우익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 5월 중순에는 자유기업원과 자유시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이념적 성향이 의심스럽다'며 시위를 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과 일부 자민련은 DJ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고 지적하는 등 보혁(保革)과 좌우(左右)개념이 오늘의 이슈로 떠올리고 있다.
그동안 침묵하던 보수와 우파가 일어선 것이다. 이는 미국·일본·이탈리아 등에서 다시 부는 보수바람 영향일수도 있고 내년 선거를 앞둔 정략적 차원일 수도 있다.
그럼 DJ노믹스는 앞서의 지적처럼 좌파적(진보적)인가. 국민 정서상으로는 다분히 좌파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보안법 개정문제 등 햇볕정책과 관련 해서는 그렇다. 그러나 학자들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좌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혹은 좌도 우도 아닌 좌우의 혼재(混在고)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DJ는 중도보수, JP는 원조(元祖)보수, '이회창'은 따뜻한 보수 등 모두 보수의 깃발을 내걸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무엇이 보수(우파)고 무엇이 진보(좌파)냐 하는 데에 대한 정답도 없다. 다만 정서상으로 가지고 있는 희미한 윤곽이 있을 뿐이다. 대체로 '큰 정부 작은 시장''평등' '분배우선' '고용보호''햇볕정책'이면 대체로 진보적(좌파적)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DJ노믹스가 좌파적으로 비치는가장 큰 요인은 우선 관치(官治)경제 때문이다. 이는 바로 '큰 정부'를 의미한다. 여당도 이를 이번 경제토론회에서 "IMF때문에…"라는 의미로 사실상 관치를 인정했다. 이를 좌파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관치를 했으면서도 박정희모델은 성공적인데 DJ노믹스는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평등의 추구 전략으로 시장에서 경쟁의 결핍을 가져온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바로 이 평등의 추구, 그것을 우파는 좌파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도 DJ노믹스는 고용보호 쪽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사정위가 사실상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 경제학자 미셀 알베르의 '자본주의대 자본주의'에 따른 분류로는 자유시장 경제에서 하는 소위 고용창조라는 이름의 엥글로색슨형(型)이 아니고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하는 소위 고용보호인 라인형(型)인 셈이다. 이런 노동시장에서는 올바른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교육 등 사회분야에서도 평등의 추구로 개혁이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진보냐 보수냐 혹은 좌파냐 우파냐 하는 논쟁은 이념논쟁이 아니다. 왜냐하면 구 소련의 멸망으로 그 의미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논쟁인 것이다. 비록 북한의 존재가 있어도 그렇다. 따라서 좌우논쟁은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할 때는 지났다고 본다. 오히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를 가려내기 위해서도 토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절충점이나 융합점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러므로 이제 좌파도 우파도 떳떳해야 하고 또 서로 상대의 논리를 인정해야 한다. 우파의 자유의 가치도 좌파의 평등의 가치도 모두 훌륭하기 때문이다. 제3의 길을 제창한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경제운용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고 설파했다. 그리고 그는 "좌파는 정의를 위해 진보를 희생했고 우파는 진보를 위해 정의를 희생했다"는 말로 가장 극명하게 좌우논쟁의 쟁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DJ노믹스가 우리경제에 평등의 주입을 시도한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경쟁만이 가치인 '냉혹한 자본주의'에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접목시키는 것은 인간으로서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제3의 길이 평등에 자유를 접목시켰다면 DJ노믹스는 자유에 평등을 접목시키는 한국형 제3의길로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이론으로 체계화시키지 않은 채 여러 요소들이 융합(퓨전)이 아닌 혼재의 상태로 남아 있는 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구원의 이론으로는 발전되지 못할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진보의 논리가 실패했다고 해서 보수의 논리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기에 한국형 제3의길은 더욱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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