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6시 대구국제공항 국내선 탑승구 앞.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랑·신부를 환송하러 공항에 나온 친구들이 신랑을 붙잡아 헹가래를 쳤다. 한번, 두번…. 신랑은 위태롭게 하늘로 치솟았다 아래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헹가래를 마친 신랑의 친구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않고 또 한차례 떠들썩한 '송별식'을 가진 뒤 공항을 떠났다.
얼마뒤 다른 환송객들도 도망가는 신랑을 붙잡아 헹가래를 쳤다. 이번에는 더욱 위태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피로연에서 마신 술 때문에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친구가 손을 놓아버려 신랑의 발이 바닥에 부딪쳤다. 하지만 세번의 헹가래는 끝까지 이어졌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신부는 안절부절못했다.
이날 오후 대구국제공항에서는 이같은 헹가래가 6차례 벌어졌다. 치마를 입은 신부를 헹가래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17일 국제선청사가 문을 연데 이어 잇따른 국제노선 개설로 대구공항이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이용객들의 수준은 여전히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신랑을 헹가래치는 신혼부부 환송객들, 여기저기서 프래시를 터뜨리며 기념촬영하는 신혼부부들, 술에 취해 탑승구를 나갔다 들어갔다 하며 큰소리로 꽃다발을 흔드는 신랑 등. 대구국제공항의 국내선 탑승객 창구는 시끌벅적한 시장판을 방불케하고 있다.
신혼부부를 헹가래 친 배웅객 박모(28.대구시 동구 불로동)씨는 "결혼한 친구를 축하해주기 위해 헹가래를 친다"며 "혹시 다치더라도 추억의 하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탑승객 김모(62.제주시)씨는 "제주공항에서는 신랑, 신부를 헹가래치는 일이 드물다"며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 관계자는 "주말마다 신혼부부 환송객들이 신랑과 신부를 헹가래치는 위험한 행위가 10여차례 이상 연출되고 있다"며 "2주전에는 헹가래치는 도중 신랑이 떨어져 119구급대에 실려갔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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