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체장애인협 전개

입력 2001-05-19 14:13:00

대구시 동구 신천1·2동 신천아파트 뒤편 이른바 쪽방촌. 이 동네 한켠 8평짜리 집에 사는 이동대(75·지체장애인 1급)씨는 지난 달 초까지만해도 밤이면 아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집안에 하나뿐인 형광등. 물건 하나 찾는 것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씨집은 최근 밤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한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집안의 형광등이 3개나 더 늘어난 것. 입구에 1개, 부엌에 1개 등 집안 곳곳에 등이 달린 것은 물론 이젠 스위치도 방안에 앉아 쉽게 켤 수 있게 됐다.

다리가 없어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던 이씨에게는 지난 30년간 엄두도 못내는 '대형사업'이었던 형광등 달기. 이웃의 작은 도움이 이씨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쭑우리집이 너무 불편해요

대다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설계된 집에 살고 있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지어지고 내부설비까지 갖춰진 집은 사실상 없는 것.

게다가 불편한 몸때문에 큰 돈을 만지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손대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비장애인들이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이지만 집안 곳곳에는 장애인들의 '몸고생'을 시키는 '덫'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장애인들이 거의 매일 부딪히는 수도꼭지. 이 간단한 기구도 장애인들에게는 넘어야할 벽이다.

돌리는 구형 수도꼭지. 손이 없는 장애인은 이 수도꼭지 앞에 서면 물구경을 하지 못한다. 도저히 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수도꼭지는 요즘 이미 보편화된 들어올리기식.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장애인들에겐 '큰 사업'일 수밖에 없다.

싱크대도 하반신 없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너무 높다. 이들에겐 45cm정도가 적당하지만 대부분 싱크대는 이보다 2배가량의 '키높이를 자랑'한다.

이밖에 문턱, 화장실, 문고리, 콘센트 등 장애인들의 집안 곳곳엔 '손'을 기다리는 부분들이 많다.

◇사랑의 집고쳐주기 운동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는 올 해부터 '중증장애인 주거개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증장애에 시달리면서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고치기를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주거공간을 허락해주는 사업.

지장협은 △싱크대(상하수도 배관 포함)개조 △문턱개조(휠체어통로, 누워서 이동하는 통로 확보) △화장실 개조 및 지지대 설비 △문고리 개조 △전기설비 △비상벨설치 등을 우선적으로 해주고 있다.

지장협은 지난 1월부터 3개월동안 김영수씨 등 1·2급 지체장애인 6명의 집을 방문, 수도꼭지와 수도배관을 교체해줬고 변재구씨 등 1급에서 4급까지 지체장애인 12명 집의 조명기구와 세면대·출입문·보일러 등을 수리해줬다.

집고쳐주기사업은 대구시가 지장협에 2천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성사된 사업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장협이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지원과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2천500만원의 예산으로는 밀려드는 신청을 다 소화하기 힘든 데다 최우선적으로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

현재 선반기사 경력 20년의 권효이씨와 목수경력 15년의 송영수씨 등 2명의 지체장애인이 봉사자로 나서 실무공사를 직접 맡고 있지만 일손이 달리는 상태다.

지장협은 인테리어업자나 수도설비업자 등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동네에 있는 장애인들과 결연을 맺어 1명의 업자가 1가구의 장애인만 맡아줘도 이 사업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인력으로는 간단한 시설만 손을 볼 뿐 조금만 공사규모가 커져도 손을 댈 수가 없다는 것.

지장협 노세중 국장은 "장애인들은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비장애인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피로를 느낀다"며 "어려운 형편의 장애인들이 집안에서나마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웃이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장협은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처럼 불편해도 고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다.

도움주실분 053)954-0170. 대구은행 166-05-261682-001, 예금주 대구지장협.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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