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초대석-'교회는 사회봉사 더 신경써야'

입력 2001-05-18 14:27:00

"요즘 교회들이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에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교계에서 존경받는 대봉교회 박맹술(81)원로목사는 모처럼 젊은 목사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원로목사들이 모여앉으면 목회방향이 예전과 같지 않다며 우려가 많다"고 전하는 그는 교역자들이 교회를 기업체마냥 이끌어 나가고, 정작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에 접근하기 힘든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교회가 모든 이에게 존경받고 칭찬받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여든을 넘긴 나이지만, 목회에 관한한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은 신념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시종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예수사랑과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얘기가 나올때면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그는 "원로목사가 된 후 적은 부분이나마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만 많아 졌다"며 웃었다.

박 목사는 매일 새벽 5시45분 자리에서 일어나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면서 하루를 맞는다. 집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아침예배를 드리며 '하나님과의 친교시간'을 갖는 것도 젊은 시절부터 단 한차례도 빠뜨리지 않고 해온 일과다.

"나이가 들어 자주 나가기도 그렇고, 주로 집에서 생활합니다. 젊은 목사들이 맘껏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고, 앞에 나서지 않는게 제 할일이죠".

박 목사는 얼마전 김천의 대광교회에 다녀왔다고 한다. 예전 대봉교회 부목사를 지낸 서철교 목사를 만나 함께 예배를 보고, 사순절을 맞은 신도들에게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설교를 했다. 그는 지난 90년 현직에서 은퇴, 원로목사가 된 후 주일마다 후배, 제자 등의 교회를 찾아다니며 예배를 드리고, 그들을 격려하는 일을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평생 남을 돕고 예수사랑을 실천하며 살 수 있었던게 가장 큰 보람이었다는 그는 "일제시대 말기 평양신학교에 다니던 시절 대동강 다리밑에서 장티푸스로 죽어가는 사람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고생하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후 그는 영덕읍교회에서 목회를 하다 지난 56년 대봉교회로 옮겨온 후 수십년동안 각종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해 열성을 쏟았다. 박 목사는 이를 두고 "봉사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60년대부터 타교단·종교와의 화합을 강조하다 내부반발 등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88년 결성된 교파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초대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인터뷰 말미에 박 목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성서 한구절을 들려줬다. "우리가 서로 사랑을 실천함으로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사랑으로 충만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듯 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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