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결에서 크로스보팅(자유투표)이 가능할까.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크로스보팅 도입의사를 천명하고 민주.자민련이 동조의 뜻을 표명하면서 크로스보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출범한 '화해와 전진 포럼'과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소속 의원들도 크로스보팅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크로스보팅에 적극적인 만큼 6월 임시국회에서 자금세탁방지법, 모성보호법, 재정3법, 약사법개정안, 반부패방지법 등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번지는 크로스보팅 목소리=한나라당 이 총무는 원내사령탑에 오르자 마자 크로스보팅에 대한 포부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는 "국가보안법 등 당 내부 조정을 거쳐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로스보팅을 도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야 대화국면으로 이끄는 방편으로 크로스보팅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회창 총재도 '개혁적 보수'라는 표현을 쓰며 소장파 의견을 부분 수렴할 뜻을 내비췄다.
민주당 역시 크로스보팅 도입에 적극적이다. 강한 여당론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데다 개혁입법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국을 푸는 대안으로 크로스보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국회중심의 정치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찬성"이라고 말했다.
▲힘 실릴까=그러나 크로스보팅의 실제 성사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총재 중심의 당 운영체제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크로스보팅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넘어야 할 고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당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공산이 큰데다 "비주류의 공세에 당이 좌지우지된다"는 비난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내 대표적인 보수파인 김용갑 의원은 17일 "당이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을수록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당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많은 생각을 아우르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이라며 "과거를 무조건 부정하고 심지어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진보를 가장한 좌파와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위해 철저히 당리당략으로 임하던 여야 지도부가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해 위험천만인 크로스보팅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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