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맞서 1친구들1

입력 2001-05-17 15:01:00

아래층 학습 중 3명물수건 물고 불속으로

10여명 업고 대피시켜

화마에 맞선 동료들의 용기가 광주 예지학원 화재사고에서 많은 재수생들의 인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어처구니없는 인재에서도 그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예지학원 5층 가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강사 복모(28)씨의 '불이야' 소리가 들린 것은 밤 10시40분께.

당시 4층에서 자율학습을 하던 정명현(20), 박정현(21), 김형준(20)씨 등 재수생 3명은 복도로 스며드는 연기를 보고 곧바로 위험한 상황임을 감지, 수건에 물을 적셔 입과 코를 막은 뒤 5층 화재현장으로 뛰어 올라갔다.

5층 강의실 밖의 휴게실 소파가 타들어가며 자욱한 유독성 연기가 치솟았고 강의실은 동료 25명의 비명소리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는데다 일부는 이미 질식해 쓰러져 있었다.

출입구가 보이지 않았고 거센 불길이 목숨을 위협했지만 정군 등은 동료들의 생사 걱정에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양동이에 물을 퍼 뿌려보고 소화기까지 동원했던 정씨 등은 역부족임을 느끼고 정신없이 불길을 헤치며 15, 16명을 업고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몸에 화상을 입어 서울의원으로 이송됐고 정씨는 팔에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정씨는 "너무나 긴박했던 상황이어서 5층의 동료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나머지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동요하지 않고 도왔는데 숨진 친구들이 많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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