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이 생기면 피해가 많다고 해서 모두들 싫어 한다. 기상이 뒤바뀌어 해 오던 농사가 안된다거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 그러나 청송의 농민들은 그 역경을 오히려 이용해 성공했다. 불모지에다 씨를 뿌린 뒤 드디어 표고버섯의 대표 산지로 급부상한 것. 10년만의 성공이다.
◇안개와 일조량 감소를 이용하라!=청송의 안개 일수는 연중 20일, 지속 시간은 110시간 정도였다. 그러나 꼭 10년 전이던 1991년 인근에 임하댐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개 일수는 무려 65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 지속 시간도 290시간으로 폭증했다.
농민들이 아우성 쳤다. 청송의 주산물은 사과.고추.잎담배. 해가 잘 비쳐야 잘 자라는 이런 작물들이 시들기 시작했다. 공기 중 습도가 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렇게 바뀐 기상이 오히려 필요한 작물도 있음에 착안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 작물은 바로 버섯. 군청이 선도했다. 특히 댐 주변지역 농가에는 표고버섯 재배 기술과 자목, 재배사 설치 등을 과감히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런 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과.고추.잎담배 주산지였던 청송이 버섯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버섯이 필수로 하는 맑은 공기까지 갖췄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조건이지요". 군청 이성우(56) 산업소득과장의 말이다.
◇기적이 일어나다=이 지역의 표고 재배는 1996년까지만 해도 15농가 전후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소득도 다 해야 8천만원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7년에는 52농가, 98년에는 65농가, 99년에는 89농가, 작년에는 드디어 100농가에 달했다. 생산량도 2만여kg에 불과하던 것이, 97년 23만kg, 98년 30만kg, 99년 41만kg을 넘어섰다. 올해 기대치는 무려 70만kg. 소득은 1997년 9억원, 98년 15억원, 99년 27억원, 작년 36억7천만원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5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
전국적 비중은 얼마나 될까? 1999년 경우, 전국에서는 총 2만8천695t의 표고가 생산됐고 그 중 경북 생산량은 2천183t(8%), 청송 생산량은 415t 정도로 추정돼 있다. 전국의 40% 정도는 충남지역에서 생산된다. 도내 작년 생산량은 3천400여t으로 증가, 전국 비중이 10% 정도로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송 표고는 상품성도 이름 났다. 청송 표고도 전에는 경주 도매시장에서 판매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요즘은 하루 5t씩이나 대도시나 일본 등으로 바로 출하되고 있다. 이와함께 현지 경매, 전화 주문, 심지어 인터넷 주문까지 소화, 대구.서울 등 각지로 택배 또는 직배도 해주고 있다.
올해는 kg당 값도 무려 1만원이나 받는다. 일반 표고 값 6천원 선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 다른 농산물은 값이 떨어진다고 난리이지만, 청송 표고는 값이 오히려 오르는 것이다. kg당 1998년 5천원 하던 것이 99년에는 6천500원으로 올랐고, 작년에는 9천원 선에 도달했었다.
◇청송 표고의 상징 황경관씨=이런 청송 표고의 상징적 인물은 청송읍 금곡리 황경관(50)씨이다. 그는 댐이 들어선 후 사과.고추 농사를 포기하고 군청 권유를 받아들여 1999년에 이웃 12명과 '청송 표고 영농조합'(표고조합)을 설립했다. 그의 얘기에서는 긴장감까지 풍겼다. "선대부터 해 오던 사과.고추 농사를 포기 하기가 쉽잖았지요. 모험하는 각오로 버섯을 택했었습니다".
표고조합은 정부지원금.자부담 등 15억원을 투입, 1만여평 크기의 현대식 버섯 재배건물 50동을 짓고 자목 30만개에 버섯 종균을 접종, 작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식 재배사에는 가뭄을 대비한 관정 시설은 물론, 냉장 차량, 냉장 창고, 선별기, 자동포장기까지 갖춰졌다.
황경관씨 경우, 올해 600t을 생산해 11억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갑자기 유명해진 뒤 황씨의 재배사에는 선진 기술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몰려 주말에는 100여명에 이른다. 심지어 일본.중국에서도 관광 삼아 올 정도.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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