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만 남긴 박노항 배후 수사

입력 2001-05-15 14:16:00

박노항 원사만 잡히면 모든 대형 병역비리가 해결될 것 같이 기대했으나 군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내용은 그야말로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이건 숱한 의혹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가 군검찰의 수사에서 기대한 건 과연 박노항 원사는 누구의 비호를 받아 그동안 그렇게나 많은 병역비리를 저질렀으며 그의 도피 배후는 누구인가였다. 그런데 군검찰은 그의 도피를 도와준 건 다름아닌 합동조사단 소속 준위 등 2명이고 당시 합조단장이었던 예비역 소장은 수배중인 박 원사에게 소급해 휴가처리토록한 부분만 인정, 허위공문서 작성혐의로 검찰에 신병을 넘겼고 부단장만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또 박노항 원사에 대한 추가비리는 단 2건만을 적발했을 뿐이다. 이렇게 '졸작'이 된 건 박노항 원사가 입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다. 우선 당시 합조단은 박노항 원사를 출국금지시키고 사전구속영장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합조단소속 간부들은 수사상황을 알려주고 심지어 구속지시가 떨어지자 도피하도록 조처까지 해줬다. 또 부단장은 참모들과 회의까지 거쳐 도주한 박 원사에게 소급휴가처리토록 했고 단장은 그걸 추인했다. 범인을 잡아 죄를 물으라고 조직한 합조단의 상·하가 뭐가 켕겼는지 노골적으로 범인에게 이런 배려를 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이런 조치를 한 '합조단'에 대해 군검찰이 '직무유기'가 아닌 '허위공문서 작성혐의'를 적용했다면 정말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박 원사의 배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박 원사가 그런 '노른자위'에 장기근무한 배경은 결국 병역비리로 얻은 금품이 군 고위층 등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고 그걸 철저히 밝혀달라는 게 국민들의 여망이다. 그런데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조직적 비호혐의가 짙은 부분을 개인차원의 비리로 희석시켜버렸으니 수사를 한건지 철저히 덮은건지 납득이 안간다. 또 기무사가 합조단 수사를 방해했다는 당시 수사팀인 군검찰의 실토가 있었음에도 이에는 아예 손댄 흔적도 없다. 따라서 군검찰도 이걸 곧이 곧대로 까발리면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할지도 모를 '뇌관'을 그냥 덮어 버렸다는 항간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순간은 모면했을지 모르지만 그런 의혹은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군검찰은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병역비리가 깨끗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결국 권력과 금력이 판치는 그 비리는 잠깐 잠복했다가 다시 설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군검찰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의 수사추이를 우리는 예의주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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