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서 사문진교로 낙동강만 건너면 만나는 고령 다산면. 사실상 대구시내나 다름 없고, 고교 학군이나 도시계획권도 대구에 속해 있다. 이때문에 근래 들수록 모습이 많이도 변해 거의 도시화 됐다. 하지만 다른 여건들은 몰려드는 인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고령에서 유일하게 인구 증가=농촌지역 인구 감소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지역에선 유일하다시피 고령의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기껏해야 "대구에 가까우니 그렇겠지" 하는 정도.
그러나 생각과 달리 고령도 군내 8개 읍면 중 7개에서는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10년 전과 비교한 감소 인구는 1천188명. 그런데도 유일하게 인구가 느는 곳이 다산면이다. 이곳의 인구 증가세가 다른 읍면 감소세를 만회하고도 남아 군 전체 인구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다산의 인구도 계속 감소해 1990년엔 3천515명으로 위축됐다. 그러나 1993년 7월 사문진교가 생긴 뒤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구의 화원과 바로 연결되게 된 것. 1996∼97년 사이엔 금류아파트 1천155 가구분이 들어서기까지 했다. 인구는 작년 말 드디어 7천626명에 달했다. 5년만에 86%나 증가한 것.
◇교육문제 심각=이렇게 인구가 늘었지만 학생은 거의 없다. 다산초교 경우 1학년은 122명이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가 감소, 5학년은 57명, 6학년은 22명에 불과하고, 중학교는 전부 합쳐 66명 밖에 안된다. 정상적이라면 중학생은 300명 가량 될 것이라고 교육청 관계자는 추산했다. 중학교를 대구시내 학교로 보내려고 학부모들이 초교 고학년 때 전학시키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지역 교육의 위축은 물론이고 주민 불편과 부담까지 초래하는 것.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 3월 추진위를 구성, 공립중학교 신설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있는 사립 중학교에 불리한 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달호(45) 추진위원장은 "공립 중학교 설립이 지역의 독립 생활권화에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주민 김정배(58)씨는 "고교 학군이 대구시내로 돼 있어 중학교서부터 일부러 대구시내로 나갈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 공립중학교만 서면 학생 숫자는 부쩍 늘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정숙 교육장은 "학교가 있는데 또 만든다면 까딱 돈 낭비가 될 수도 있어 진학희망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사립 재단은 투자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근 고령군수는 "공립 중학교 설립을 도교육청과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도시 기반시설 미비=인구가 급증했고, 앞으로도 더 늘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이들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도시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다산공단 및 축산물 공판장 등도 있어 물 수요는 많으나 상수도 취수 시설은 부족하다. 하지만 2011년 낙동강 광역상수도가 완공될 때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 하수도 시설 역시 대구시 기본계획에서 2011년 이후로 밀려 있을 정도이다. 다만 하수 관거는 올해부터 4개 구간 3.6㎞를 건설키로 했다.
도로 사정도 나아진 것이 없다. 면소재지 마을 시가지 도로는 일제 때 자연적으로 생긴 뒤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지금도 소방차마저 다닐 수 없는 곳이 대부분. 급속한 도시화 이후엔 땅값이 올라 확장·신설 등 엄두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사문진교를 넓히는 일도 과제가 돼 있다. 4차로 도로들이 다리에 이르면 2차로로 좁아져 병목현상이 심각한 것.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확장할 계획은 없다. 인구에 밀려 기반을 정비해 나갈 것인지, 기반을 먼저 갖춰 인구 유입을 이끌 것인지 군정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생활 기반시설 부족에다 각종 규제에 불만도=면 전체의 44.7%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대구시 도시계획은 이 지역 개발을 10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낙동강 습지 보전 문제가 또 제기되자 주민들은 "선보상 후지정"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군의원들도 지난 달에 습지 지정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호촌리 박주덕(52)씨는 "습지로 지정되면 골재를 채취하지 못해 낙동강 바닥에 토사가 쌓이게 되고, 그 결과는 홍수 때의 범람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낙동강 제방의 전면적 보강이 선행돼야 습지 지정 동의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면 내에는 뚜렷한 유통시설이 없고, 목욕탕도 하나뿐이어서 주민들은 화원 읍내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그 결과 돈이 지역에서 회전되지 못함으로써 지역 빈약화가 깊어지고 있다. 평리리 이진도(52)씨는 "역내에 생활·문화 등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는 것이 무엇 못잖게 시급한 현안"이라고 했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