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인사 두둔 발상, 치졸하다

입력 2001-05-12 14:31:00

정부의 '공기업 낙하산인사'에 대해 민주당과 기획예산처가 두둔하고 나선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행태로 정말 한심스럽다.공기업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예산처 고위관계자들도 지금까지 기회있을때마다 이 낙하산인사를 아예 막겠다고 공언해온바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태도를 바꿔 자료까지 제시하며 지금까지의 공기업인사는 낙하산인사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두둔하고 나선건 우선 앞뒤가 안맞고 정치인 출신도 잘할 수 있다는 식의 억지변명으로 일관하며 스스로 자기 모순을 드러내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반박자료까지 냈으면 소신있게 밀고 나갈 일이지 문제가 생길 낌새가 보이자 그저 참고용이라고 덮어버리려는 태도는 또 뭔가. 개혁주도부처의 소신이 이렇게 왔다갔다해서야 어디 업무인들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정말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연유로 외압에 의한 반박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우리는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기획예산처의 '두둔조치'는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았음을 절감하고 평소의 소신을 지켜주기 바란다. 게다가 민주당이 지난3년간의 인사내역과 과거 한나라당 집권20년간의 행적을 놓고 공개토론을 하자면서 '낙하산 인사'를 거들고 나선건 그야말로 치졸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말은 "너희들이 20년동안 해먹었으니 우리가 기껏 3년간 해온게 뭐그리 나쁜거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이는 현 정권의 낙하산인사의 부당성을 집권여당도 인정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다음 과거정권이 저지른 폐해보다는 그래도 작게 한게 무슨 큰 잘못이냐는 여당의 시각은 정말 이 정권의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정권의 탄생은 40년만에 민의에 의한 교체라고 스스로 큰 소리친건 무슨 의미인가. 개혁드라이브 정책의 근간이 뭔가, 그건 과거정권과는 사뭇 다른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정당이 50보(步)의 우리보다 100보(步)의 너희들 잘못이 크지 않느냐는 식으로 낙하산인사를 호도하고 있으니 정말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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