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prism-오만한 부시외교 국제기구서 왕따

입력 2001-05-10 14:15:00

미국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 선출투표에서 탈락한데 이어 국제마약감시기구에서도 이사국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이 유엔기구에서 잇따라 탈락한 것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적대·경쟁관계에 있는 러시아, 중국은 물론 전통적 우호관계를 맺어왔던 독일, 프랑스 등 유럽사회가 미국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미국의 유엔기구 탈락은 △교토 기후변화 협약 철회 △극빈국 에이즈 치료제 복제품 생산 반대 △국제 형사재판소 기소대상에서 미국인 제외 요구 등 미국의 '오만한 외교자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미국입장에서 볼때 유엔기구 탈락은 이만저만 속 터지는 일이 아니다. 1947년 유엔 인권위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유엔에서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맡아왔던 미국이 이사국으로 53년간 활동해온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맹방으로 믿어왔던 서유럽 사회가 현재의 미국을 보고 있는 관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은 부시 미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미국은 북한문제로 아시아를 자극하고 있고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로 태평양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미국을 신랄히 비판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미국에 대해 '지나친 파워를 지닌 국가'라는 시각이 팽배하다.미국의 유엔기구 탈락을 놓고 미국내 일부 강경파들은 '미국에 대해 지지를 약속하고 실제 투표에서 표를 찍지 않은 14개 나라를 색출해 응징해야 한다' ,'유엔에 보복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 '철없는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자성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엔기구 탈락에 대해 "국제협약을 경시하고 유엔을 거만하게 대하는 미국측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잭 매트록 전 러시아주재 미국대사 역시 "미국의 오만에 대한 큰 분노감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미국)가 기준을 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국제사회에 강요해 왔으나 이제 미국이 행동을 수정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제 부시 행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힘 자랑'을 그만 두어야 할 때가 됐다.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은 힘뿐만 아니라 상호존중과 협의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깨달아야 한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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