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영화제가 미국 영화인들만의 집안잔치가 아니라 지구촌 최대의 영화 축제로 인정되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69년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중계를 시작해 지금은 90개국 이상의 나라 12억이 넘는 시청자들이 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약 60달러에 불과한 '오스카'라는 트로피 하나가 1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보장해 줄 정도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지역의 영화인들은 '지나친 시장논리와 미국적 가치관이 농축된 대표적인 국수주의적 성향의 영화축제'라고 비판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 영화제는 심사의 공정성과 그 해에 가장 주목받은 영화가 수상하는 합리성으로 인해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나아가 미국 영화가 세계 시장을 석권함에 따라 세계적 영화제로 주목받고 있다.
아카데미 영화제의 백미는 '공정성'을 강조하는 쇼. 시상식 날까지 수상자 명단을 담은 봉투는 금고 속 깊숙이 보관되며, 똑같은 것 두 개가 007가방에 각각 실려 다른 코스로 시상식장까지 운반된다. 두 개중 어느 하나가 길거리에서 분실되는 돌발적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하나가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심사위원 수는 5천여 명. 이들에 의해 후보권에 진입하는 작품은 매년 대략 250여 편이다. 그러니까 심사위원들이 후보로 오른 영화를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작자, 감독, 배우는 대대적인 광고와 비디오 보내기 등을 통해 영화를 알린다. 또 연말 파티를 여는데 그때 배우들은 아르바이트 카메라맨을 대거 동원하여 마치 연예부 기자들이 자신을 찍고 있는 것처럼 연출하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대종상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직접 주관하는 행사지만 심사 결과로 인해 영화인회의가 집행부 총사퇴를 결의하고, 그간의 심사에 참여한 것을 사과하는 등으로 미루어 볼때 시상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올해의 대종상 심사위원 수는 10명. 영화인협회와 분리된 개혁성향의 영화인회의 4명, SBS방송사 추천 1명, 기존의 영화인협회 5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개봉당시 관객의 시선을 끌지 못했던 '하루'가 감독상 등 주요부문을 휩쓸고 '친구'는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하는데 충무로는 두 파로 나뉘어 영화제 심사를 하고 무심한 관객은 영화제를 지나친다. 올해 세계영상산업 규모는 3조 달러이고 홍콩영화는 미국의 2류 배급망과 비디오 시장에 상당히 진출했다는데….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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