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 못미치는 '선관위 개정안'

입력 2001-05-10 14:43:00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및 정당법 개정안은 우리가 기대한 만큼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선관위는 지난해 4.13총선 현장서 파악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1년여동안 공청회와 세미나를 거쳐 각계 의견을 집약, 이번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조항이 이상론에 치우쳐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벌써부터 문제다.

특히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행위를 막는다면서 선거일 180일전부터 여론조사를 발표 보도할때 지역별, 유권자 출신지별, 씨족별 지지도를 공표할수 없도록 한 것은 과연 실효(實效)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지역감정은 우리 선거풍토에서 가장 고질적인 병폐에 속한다. 게다가 3김씨마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느니 어떠느니 하고 이에 질세라 여야가 호남과 영남의 대결구도로 선거판을 짜려는 이 마당이다. 이런 터수에 기껏 지역별 출신지별 지지도를 알리지 못하게 해서 지역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선관위 개정안에 우리는 찬성할 수 없다. 좀더 확실한 규제방법을 내놓든지 좀더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3억원이상 법인세를 낸 8천개 안팎의 기업에 대해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내도록 함으로써 정치자금을 양성화 시키자는 것도 현실성에 의문이 간다. 선관위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조항의 신설을 건의하고 있지만 음성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여당이 이 법안을 선뜻 받아들일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정치자금에 관한한 부패방지법이나 돈세탁방지법을 신설해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사실상 합법화한 것도 지난 총선때의 혼란상으로 미뤄볼때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음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정치신인의 사전 선거운동을 부분 허용한 것은 기회의 균등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여야는 이런 점들에 유의, 선관위 개정안을 현실성 있게 손질해 주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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