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밀입국 탈북여성 망명신청

입력 2001-05-10 14:56:00

북한을 탈출, 제3국을 거쳐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체포된 한 30대 북한여성이 미 이민귀화국(INS)에 망명을 신청한 뒤 석방됐다.

미 로스앤젤레스 남부 샌디에이고의 한청일(54.개인사업)씨는 9일 "탈북 여성 김순희(37)씨가 8일 오후 구치소에서 석방돼 오는 6월4일첫 망명심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보호인인 한씨는 "김씨가 굶주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망명을 신청했다"며 "망명절차가 끝날 때까지 샌디에이고 한인회 등과 상의해 김씨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밀입국으로 미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첫번째 북한인이 된다. 미국은 북한 국적자에게 공개적으로 망명을 허용한 적이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함경북도 무안 출신의 김씨는 지난 94년 아들(현재 11세)을 데리고 북한을 탈출, 6년동안 중국 옌볜(延邊)에 숨어살면서 생선장사와 뜨개질 등 갖은 고생으로 모은 돈으로 위조여권을 구입한 뒤 작년 11월 홍콩, 필리핀, 멕시코를 거쳐 지난달 6일 샌디에이고-멕시코 국경을 통해 밀입국하려다 검거됐다.

한씨는 "김씨가 전문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가정문제로 북한을 탈출했다"며 "옌볜에서는 여권사기 등 한국 등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미국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씨는 미주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옌볜에서 생활하면서 주위의 조선족들을 통해 미국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은 생각뿐"이라며 "아들을 두고 온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씨는 "김씨가 망명이 허용되면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교육시키고 싶다고 말했다"며 "신분 노출로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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