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1-05-10 00:00:00

꼭 함께 있기를 바랐던 사람이 아닌 전혀 생각지 않았던 사람과

지금 이 모래 밭에 함께 있구나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 한번은 만나리라 믿으며

만나면 별이 지기 전에

못다한 그 말 꼭 해야 한다 생각하며

꼭 걷기로 마음먹었던 그 길이 아닌

전혀 꿈꾸지 않았던 길 걸어온 지

어느새 이리 오래 되었구나

생각하는 저녁이 있습니다

-도종환 '꿈꾸지 않았던 길'

문득, 살아온 길을 뒤돌아 보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아득할 때가 있다. 더불어 내가 꿈꿔 왔던 것과는 너무나 어긋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회한과 미련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란 걸 깨닫게 된다. '운명'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인간에게는 비극이 생겼다. 오늘 그냥 묵묵히 내 앞에 놓인 삶을 챙기는 것, 그것의 다른 이름이 인생일지 모른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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