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시리즈가 시작된 뒤 매일신문사에는 전화·제보·인터넷글 등이 잇따랐다.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는 반박도 있었고, 또 다른 걸 다뤄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을 합쳐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일 터. 현장 곳곳에 이유와 원인이 있었다. 욕할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겠다는 자세만 갖춘다면 우리 자녀·손자녀들의 건강이 보다 잘 지켜질 수 있으리라 싶었다.
독자가 답답해 한 것 중 하나는 급식의 투명성에 관한 것이었다. 중학생 딸을 둬 학교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는 한 어머니(45)는 얼마 전 교장선생님과 말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김치는 어느 회사 제품을 쓰며, 재료는 어떤 걸 쓰느냐?"고 했다가 "당신이 교육청 직원이냐? 지금 감사하는 거냐?"는 화 벼락을 맞았다는 것. 답답해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교운영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학교 운영위원도 알 수 없고 교육청도 관심없다면, 누가 우리 아이의 건강을 걱정할 것인가?
대구의 급식학교 286개 중 264개는 식당을 학교에서 운영한다. 부식 재료를 납품받기 위한 계약 방식은 수의계약이거나 공개입찰 중 하나.
지난달 초 대구 모 중학교에선 학교운영위가 납품업체를 재선정하자고 제안했다. 행정실장과 학부모 8명이 심사위원이 돼 5개 업체를 심사, ㄷ사를 선정했다. ㄷ사는 작년 10월 처음 급식을 시작할 때부터 납품해 오던 업체. 심사 참가자 중 한 명이 한탄했다. "다른 업체들은 심사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으나 ㄷ사만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ㄷ사가 선정 안될 방법이 있겠습니까?"
교육청은 입찰제가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매월 하는 입찰에 평균 10개 업체가 참가, 각각 30~40장의 서류를 냅니다. 그걸 검토하는데만도 며칠씩 걸립니다. 가격이 예정가보다 높아 3차례나 유찰된 경우도 많습니다. 행정력 낭비죠". 구미 ㄷ중 행정실장이 하소연했다.
저가형 입찰방식은 납품업체에도 압박을 가해, 부도나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9개 학교에 최저가 낙찰됐던 ㅎ상사는 지난달 초 부도났다. 학교마다 새 업체 선정에 허둥대야 했다. 예정가 2천400만원인 ㅎ초교 입찰에 1천600만원을 써넣어 낙찰 받았던 업체는 뒤늦게 납품을 포기했다.
시교육청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급식학교 중에서는 36.5%(95개교)만이 입찰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그 중 상당수는 올해 수의계약으로 바꿨다. ㅇ·ㅂ·ㄷ초교 등이 실례. 현재는 수의계약률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납품업체들은 판단했다.
"납품방법이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식재료의 품질이죠. 수의계약 업자는 공급권 안 뺏기려고 명절이나 행사 때 학교에 보탬을 줘야 하고, 그러고는 수지는 맞춰야 하니 재료를 속이고…". ㅎ사 관계자는 자신도 냉동 오징어를 생오징어로 녹여 공급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매천·팔달시장에서 오후에 채소류를 헐값에 구입해 납품하기도 합니다. 오후에 사면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못하지요. 하지만 납품가 때문에 할 수 없습니다".
한 영농법인 관계자는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높으면 절대 납품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깎은 감자를 소독하면 kg당 100원 정도 비싸집니다. 영양사들은 우리 제품을 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값 탓에 거부당하지요". 학교 운영위원인 최모(42) 어머니는 단언했다. "해결 방안은 급식 운영을 투명화 하는 것뿐입니다. 매입·지출 내역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어떨까요?"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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