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뻐 '머리뿔 가위벌'

입력 2001-05-09 12:21:00

사과 꽃이 만발했다. 농민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가루받이가 잘되도록 하는 것. 그래야 좋은 과일이 열릴 수 있다. 이 일은 '머리뿔 가위벌' 몫이다. 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붓을 들고 하던 일을 이 놈들이 맡아 준 것. 청송 경우 지난달 25일부터 작목반별로 이 벌을 풀어 놨다.

◇일꾼 가위벌 = 어미는 사과꽃이 피는 4∼5월 사이 가루받이를 하다가 5월 말쯤 30∼40개의 알을 갈대 대롱 속에서 낳고 죽는다. 알은 이듬해 3월 말까지 잠자다가 부화돼 다시 짧은 일생을 시작한다. 수컷은 몸이 9∼10mm로 암컷 보다 약간 작고 얼굴 털이 갈색(암컷은 흰색)이다. 알은 2.5∼3.5mm 크기의 바나나 모양을 하고 있다.

어쨌든 가위벌은 보통 벌과 '성능'에서 비교가 안되게 뛰어나다. 꽃가루만 먹이로 하면서 반경 2km 안에서 일반 벌 보다 80배 이상 활발하게 움직인다.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심장섭(43) 경제작물 담당은 '결실화총률'로 비교하면 꿀벌이 38.5%, 인공수분이 43.8%에 그치는데 비해, 가위벌은 무려 93.6%에 달한다고 했다.

이같이 중요한 가위벌을 위해 농부들은 50∼60cm 높이에 백엽상 모양의 집을 설치한다. 그 속에는 직경 5∼7mm의 갈대 대롱을 촘촘히 꼽아 둔다. 알을 위한 것.

◇가장 훌륭한 일꾼 = 청송군 청송읍 송생리에서 사과밭 6천평을 농사짓는 조재현(54)씨 경우 1996년에 농업기술센터로부터 마리당 500원씩에 분양 받았으며, 올해는 4만 마리를 지난달 25일 풀어 놨다. 성과가 대단해, 생산품 3천 상자(15kg)가 까루프에 전량을 납품돼 유럽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다.

이 벌은 일본이 30년간 연구해 개발한 것. 청송 경우 1992년 사과 주산지 아오모리로 전정기술 연수차 갔던 현동면 손계용(64)씨가 20통(1만마리)을 처음으로 도입해 '현동 과수작목반'에 보급했다. 그 전에는 사람이 붓으로 사과꽃 하나하나를 수분시켜야 했으나 못생긴 것이 70% 이상에 달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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