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 대로 다 사랑하면서 살지 말랐는데, 눈앞에 가녀린 듯 발랄한 '신우'가 다가와 웃는다면 '성재'이기를 거부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교과서같은 삶을 걷는 사람들에게 때론 일탈하고픈 욕망은 항상 잠재된 것이 아닐는지.
KBS 2TV 주말연속극 '푸른안개'(오후 8시)는 40대 중반의 성공한 유부남 윤성재(이경영)와 20대의 미혼녀 신우(이요원)의 사랑을 그렸다. 그러나 방영되자마자 주말 가족시청 시간대에 전가족이 둘러앉아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반발이 거셌다. 특히 아줌마 시청자들은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성재를 보면서 '원조교제'같은 이야기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덧씌우느냐며 비난했다.하지만 절제된 대사, 신우에게 다가서면서도 멈칫하는 그 손떨림, 앞만 보고 달려온 40대가 느끼는 정신적 공허감을 잘 표현하는 이경영의 연기를 보면서 불륜이 결코 칙칙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키스 한번 해보지 않고 부잣집 외동딸에게 중매결혼한 성재에게 처음 떨림으로 다가오는 그 감정을 한심한 불륜이라고만 몰아붙이기엔 어쩌면 잔인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톡 쏘는 소다수맛 만이 진정한 사랑이고, 무색무취의 물맛같은 부부애는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아내가 싫어서 너를 만나는 건 아니야" 단지 드라마 속 이야기이기엔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서, 아줌마들은 불안해하며 불륜을 조장한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얼마면 돼요?"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아저씨에게 단돈 100원도 받은 적 없어요" 성재의 아내 경주(김미숙)와 신우의 대화 속에서 '원조교제'란 단어는 설자리가 없다. 하지만 믿었던 남편에게 뒤통수를 맞고 "내 옆에서 늙어 죽어"라며 악을 쓰는 경주, "사육당한 가축처럼 살았어"라며 자신의 삶을 찾아 짐을 챙기는 성재를 보며 시청자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곱씹는다.
아랫배가 허리띠 밖으로 흘러나온 중년의 남편에게 새로운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 '성재증후군'이 생길까 두려워진다.
미디어모니터회 유순희 soon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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