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 난치병 어린이 돕기

입력 2001-05-08 00:00:00

경북 도교육청이 5월 들어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을 본격화하자 경북 교육계가 시끌벅적하다. 참여하느라 학교마다 분주한 것은 물론, 자발적인 모금도 곳곳에서 일어나 사람들의 가슴에 모처럼 후끈한 감동을 피워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강제성 모금, 전시성 행사, 배당식 물건 판매 등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연일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줘야 한다는 마음만은 한결같다. 이것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듯 보인다.

◇자발적 행사들=난치병 어린이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건 양호교사들. 김천의 양호교사회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1일 새벽부터 직지사 앞에서 모금 행사를 벌였다. 커피·음료수를 팔면서 현수막을 내걸어 난치병 어린이를 돕자고 외쳤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두 번째 모금 활동을 했다.

이임자 회장은 "아이가 기침이라도 심하게 하면 가슴이 아파지는 엄마의 마음으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한지영 교사는 "임신으로 입덧이 심해 힘들었지만 이 일을 하다보니 그런 것도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양호교사들이 나서자 그 남편과 자녀들까지 동참했다. 최명이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심부름을 해 주고 동참을 호소하는 남편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고 했다.

안동생명과학고 학생회 간부들은 지난달 29일 총동창회 체육대회 때 커피 판매대를 만들어 선배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조정민·조영준군은 "무려 70만원이 모인 모금함을 열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은 헤아릴 수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남을 돕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행사 방법 둘러싼 토론=지난 2일 있은 발대식부터 꼬집혔다. 초등교사 김모씨는 "왜 그리 축사가 많은지, 학생 몇 명은 쓰러지고 말 정도로 지루하고 상투적이었다"고 했다. 한 교사는 행사에 비용을 너무 많이 들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론도 즉각 제기됐다. 김미정 교사는 "경비도 중요하지만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더 큰 것들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최재모 교사는 "동천초교 학생의 호소문이 마음을 움직였다"면서, "내 가족이나 친인척·제자 가운데 난치병 아동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권했다. 김현숙 교사는 "이런 행사는 벌써 했어야 했다. 누가 주관하든, 교사의 잡무가 늘든말든, 희망찬 사회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자"고 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행사에는 3천500명이 참가했으며 참석자들이 낸 성금이 1억300만원이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도의 어린이날 기념행사가 열린 5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는 참석자 1만여명이 난치병 어린이들의 쾌유를 비는 마음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한꺼번에 날리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제 모금 토론=김모 교사는 "좋은 행사는 방법도 좋아야 한다. 각 교육청에서 목표액을 정하고, 학교마다 모금액을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식으로는 참여 어린이들에게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모 교사는 "종이학과 편지지를 학교별로 보내 팔게 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장영석씨는 "날카로운 비판도 좋지만 혹시 도움 받는 어린이들이 들으면 어떤 마음을 가질지 먼저 생각해 보자. 남들이 좋은 일 할 때 흠 있다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 보는 마음을 갖자"고 제안했다.

학부모 최은숙씨는 "종이학 및 편지 용지 신청 가정통신문이 오자 아이가 아버지 구두를 일주일 닦아 돈을 벌어 사겠다고 해 흐뭇했다"고 했다. 권모 교사는 "액수를 정해 줘 부담스럽지만 오늘도 아들 녀석과 함께 난치병 어린이 돕기 ARS 700-0060을 누른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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