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석문감상회 이봉호씨 주장

입력 2001-05-04 14:32:00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사적 제411호 선사유적공원내에 보존되고 있는 선돌(立石)의 암각화가 성혈(性穴)이 아니라 천문도(天文圖)라는 주장이 제기돼 학계와 문화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금석문감상회의 이봉호(69)씨에 따르면 "유적 발견 당시부터 현지의 선돌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성혈이 아닌 일곱개의 별, 즉 '북두칠성'으로 추정한다"며 "'진천(辰泉)동'이란 지명 또한 바로 이 유적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씨는 또 바위 앞쪽을 평면으로 깎아 별을 새기고 바위 정상 오른쪽 상단에는 태양을 새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별이 나타나는 자연의 법칙을 나타내고 있어 이 선돌을 천문암(天文岩)으로 추론하고 있다.

게다가 바위 모형이 위·아래가 분명해 건곤(乾坤)이 확연하고 앞뒤를 확인할 수 있어 음양(陰陽)이 분명한 입체작품으로, 낮과 밤의 이중성을 동시에 담은 대자연을 응용한 자연조형물이라는 것.

이씨는 "이 선사유적은 별을 보며 산너머에 태양이 돌아가고 있다는 천리를 깨달은 선사시대 조상들의 위대한 '천문도'"라고 확대 해석하고, 유적의 명칭을 공원 표시석에서도 기록하고 있듯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제사의식을 올리던 천제단(天祭壇)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안동대 임세권 교수(사학과) 등 학계에서는 최근들어 일부 암각화의 경우 성혈이 아닌 별자리로 해석하는 견해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뚜렷한 학술적인 근거가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선사유적공원 안내석에는 '선돌의 표면에 성혈이라 불리는 움푹한 구멍과 동심원(同心圓) 무늬가 새겨져 있다'고 적고 있다. 또 높이 2m의 입석을 땅속에 너무 깊게 묻고 뒤로 비스듬히 기울어지게 세워 선사유적의 본래의미와 보존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3년전에도 '고인돌 암각화 소고'를 통해 거창박물관의 청동기시대 고인돌 윗면에 새겨진 33개의 구멍이 성혈이 아닌 별자리를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 학계와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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