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장애로부터의 자유'를

입력 2001-05-04 00:00:00

1904년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 사상 첫 장애인 학사가 됐던 헬렌 켈러에게는 언제나 '빛의 천사'라는 애칭이 따라다녔다. 농.맹.아(聾.盲.啞)의 불구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장애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그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그였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조차 변변찮았던 한 세기 전의 일이지만, 오늘의 현실도 과연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스며 있는가.

▲얼마 전 미국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자유의 창시'라는 장애인 정책을 발표해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정책 보고서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이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그들이 장애를 느끼지 않는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장애 해방을 통해 자유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우리도 이 같은 철학적.이념적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장애인 복지를 시혜나 구제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근시안에서 벗어났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145만여명이다. 전 인구의 3.09%로 20%가 넘는 미국에 비하면 다행스러운 숫자다. 하지만 이들 장애인 가운데 자신의 장애로부터 해방돼 자유를 누리는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율이 높은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중증인 1급 시각장애를 딛고 일반학교 교단에 다시 서게 된 충남 당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재직 중 시력을 잃어 휴직한 뒤 대학원의 특수교육과에 진학, 특수교자제 이용 방법 익히기 등 2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복직 결정을 받아낸 경우다. 그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뛴 결과 '마음의 눈으로 장애로부터의 자유'를 얻어냈으며,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일반학교의 교단에 서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우리에게는 장애인들이 육신적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로부터 해방돼 자유를 누리는 분위기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은 형편이다. 이 분야의 정책에 과감한 투자와 생산적 복지를 위해 법.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전문적.종합적 재활 과정이 필요한 과업들이다. 아무튼 우리 주변에서도 많은 '빛의 천사'들이 나와 오히려 밉살맞은 짓만 일삼고 있는 정상인들에게 삶의 이유와 의미를 깨우쳐 주기를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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