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립 노인전문병원-입원비 비싸도 병원은 적자

입력 2001-05-04 00:00:00

국가가 가족들의 고통도 덜어줄 겸 해서 치매.뇌졸중 환자를 전문적으로 맡아 치료하는 '노인 전문병원'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입원비 부담이 너무 많아 대부분 가족들은 이용에 부담을 느낀다. 반면 운영자측은 그들대로 적자에 허덕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노인병원 실태=국가는 1996년부터 국가-광역시도 각각 15억원씩 부담하는 형태로 60~90병상 규모의 시립.도립 노인 전문병원 건립을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 1999년 5월 안동에 만들어진 경북 도립 노인전문 요양병원. 작년.올해는 경산(경북).경남.경기.전북.전남.충북에도 합계 6개 건립됐다. 내년에는 대구 등에 8개가 또 문을 열 예정.

이런 성질의 것 외에도 저소득층 환자를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는 '치매 요양시설'이 시도별로 5~10개 정도씩 있다.

개인이 설립한 경우도 적잖다. 순전히 노인만 맡는 전문병원은 인천 등 수도권에 1, 2개 있을 뿐이나, 경북지역 등 경우엔 정신병원을 겸해 운영되는 곳이 몇곳 있다. 문경에 있는 제일병원 정신병동 겸 치매센터가 한 예. 그러나 개인 병원은 입원비가 월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에 부담이 큰 실정이다.

국가가 나서서 공공 노인병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치매.뇌졸중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 이런 노인들은 한 사람이 종일 붙어 앉아 돌봐야 하는 등 일이 많아 가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 넣기도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보건복지부 유병률(8.3%) 추정에 따르면, 대구에는 1만1천여명, 경북에는 2만5천여명, 전국적으로는 25만여명의 치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가족은 큰 부담, 병원측은 적자 타령=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노인 전문 도립병원 입원비는 대개 월 100만~150만원 정도. 가족으로서는 부담하기 힘든 규모여서, 자녀들이 가족회의를 통해 비용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다국가에서 운영한다면서도 왜 이렇게 비쌀까? 병원측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간병료' 부담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치매 노인들은 간병인이 24시간 돌봐야 하고, 그럴려면 간병료가 하루 2만~3만원, 한달에 80만원이나 돼 입원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90개 병상을 갖춘 경산 노인전문 병원 한상섭 사무국장은 "간병료에만 보험이 적용되면 입원비는 월 60만~70만원 정도로 낮춰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병원은 지난 1월 간병인 15명 등 60명의 인력을 갖추고 진료를 개시했지만, 병상 90개에 현재 입원 환자는 50명밖에 안된다. 무거운 부담 때문에 시민들이 기피하기 때문. 그 결과 병원측은 매달 4천만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했다. 병상 규모가 너무 적게 책정된 것도 병원을 힘들게 하는 한 원인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병원이 정상 운영이 되려면 최소 200병상은 돼야 한다는 것. 환자 가족 부담도 이때문에 더 는다고 했다. 80병상인 안동 노인전문 병원 경우, 이런저런 일로 적자를 계속 보다 경북도청으로부터 작년에 3억4천만원, 올해 1억2천만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아야 했다. 이 병원 오승태 관리과장은 "환자 가족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시설 확장이 시급하다"고 했다.

◇돌파구는 있을까?=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노인전문 병원들이 합심해 보건복지부에 간병료의 의료보험 적용, 병상 증설 등을 여러 차례 거듭 요구하고 있다.먼저 간병료 문제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노인보건과 이섬표 사무관은 "의보 적용은 공립병원 첫 개원 때부터 논의됐으나, 민간 병원 동시 적용 문제 때문에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병상 증설 문제에는 보다 적극적인듯 했다. 이 사무관은 "앞으로도 매년 3개씩 노인병원을 전국에 건립하고 시설도 넓힐 계획"이라고 했고, 경북도청 김중철 식품의약 담당은 "자금 부족으로 문제가 있으나, 안동병원을 320병상으로 키우기 위해 올해 국비 15억원을 확보했다"며, 도청 부담분이 확보되는 대로 올해 중 착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따라 안동 병원은 이미 증축을 계획 중이고, 경산 병원 역시 개원 직후 곧바로 증축을 서두르고 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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